코로나 상흔…"실업의 장기화, 고용 쏠림, 자동화"
한은 "고용회복에 걸림돌…선제적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자동화 전환과 소수 기업의 고용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가 국내 노동시장에 남긴 이런 '상처'가 향후 고용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1일 '코로나19의 상흔: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이 올해 2월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코로나의 상흔이 공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난 첫 번째 부정적 요인은 실업의 장기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장기실업자(구직기간 4개월 이상)는 작년 상반기보다 월평균 4만9천명 늘었다. 작년 2월과 비교하면 올해 6월 현재 단기실업자(구직기간 3개월 이하)가 15.5% 증가하는 동안 장기실업자는 26.4%나 급증했다.
한은은 이런 실업 장기화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구직 단념자' 증가를 꼽았다.
실제로 201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장기실업자의 구직단념 전환율(실업자 중 3개월이내 구직단념자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1.1%에 이르렀다. 단기실업자의 구직단념 전환율(11.9%)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취업 전환율(실업자 중 3개월 후 취업상태인 사람 비율)은 장기실업자(32.3%)가 단기실업자(37.9%)보다 낮았다. 특히 여성과 취업 경험이 없는 장기실업자의 취업 전환율이 두드러지게 저조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력현상'으로 여성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취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력현상은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력 공백에 따른 '낙인효과' 등 때문에 취업 상태로 돌아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두 번째 부정적 요인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다.
2017년 4월과 비교해 2020년 10월 기준으로 자동화 고위험(자동화 가능성이 큰) 산업의 취업자 수는 2.5% 감소했지만, 자동화 전환 가능성이 낮은 자동화 저위험 산업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2.8%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면서비스업을 따로 보면, 같은 기간 자동화 저위험군 세부 산업의 취업자가 2.4% 줄어드는 동안 자동화 고위험군 세부 산업에서는 취업자가 10.8%나 급감했다.
소수 기업에 고용이 쏠리는 '고용 집중'도 세 번째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300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은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은 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고용의 집중 정도를 나타내는 '고용 허핀달-허쉬만 지수'(고용 HHI)를 보면 지난해 상승폭이 2019년의 1.9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고용 HHI 지수가 10% 오르면 고용 증가율은 평균 0.08%포인트(p) 떨어진다. 고용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이 나타나면서 다른 신규 기업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그만큼 신규 고용 창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송 과장은 "실업의 장기화, 자동화 고위험군 사업의 고용 부진, 고용 집중도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며 "늘어난 장기 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해 이력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의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지원해 실업 충격을 줄이고, 중소기업 채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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