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표단 방러, 푸틴 대통령 특사만나"…아프간 정세 논의(종합)

입력 2021-07-09 02:10
"탈레반 대표단 방러, 푸틴 대통령 특사만나"…아프간 정세 논의(종합)

러, 아프간-타지크 국경 혼란 우려…탈레반 "국경 지역 공격않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 대표단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아프간 담당 특사와 회담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은 "오늘 4명으로 구성된 이슬람 토후국(Islamic Emirate: 탈레반 정부) 고위 대표단이 러시아의 공식 초청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면서 "(곧이어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 대표인 자미르 카불로프와 만났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러시아 측과의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영토가 다른 나라들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고 대변인은 전했다.

타스 통신은 탈레반 측이 러시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국경 지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타지크 국경 1천430km 가운데 90%가 넘는 1천344km 구간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카타르에 지도부를 둔 탈레반 정치 사무소 대변인도 이날 스푸트니크 통신에 "대표단이 오늘 아침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이틀간 머물 것"이라고 소개했다.

탈레반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은 미군 철수와 맞물린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그 영향이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미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철군 여파로 탈레반이 지난 5월부터 대규모 공세를 펼쳐 정부군을 몰아내면서 아프간 여러 지역을 점령해 가고 있다.

이 와중에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선 탈레반에 쫓긴 아프간 정부군 군인들이 접경한 중앙아 타지키스탄 영토로 도주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간과의 국경 수비 강화를 위해 예비군을 소집하는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타지키스탄은 또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안보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지원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타지키스탄에 주둔 중인 자국군 기지 전력 등을 활용해 아프간 내 혼란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6개국(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해 결성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 "CSTO 틀 내에서 러시아의 의무는 전적으로 유효하다"면서 "아프간과 접경한 타지키스탄 기지의 전력 등을 활용해 CSTO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공세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4년부터 타지키스탄 제201 기지에 약 7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켜오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군 철수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정세 악화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혼란을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러시아의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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