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잇따른 하청 근로자 불법파견 인정…산업계 '후폭풍' 불까(종합)
현대위아 파견 근로자 '직접 고용' 대법원 승소…현대차도 소송중
비정규직 직원들 "10년 넘게 이어진 불법 바로 잡은 것"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현대위아[011210] 사내 하청 비정규직 직원들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제기한 직접 고용 요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8일 현대위아 사내 협력업체 소속 직원 64명이 제기한 고용 의사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법령으로 정해지지 않고 법원의 해석으로만 판단하는 상황이 산업 현장 혼란을 불러온다"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현대위아의 협력업체는 독립성을 갖추고 원청과 분리된 별도 공정을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불법 파견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며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을 근거로 도급의 적법 유무를 재단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밝혔다.
현대위아는 소송 당사자인 64명에 대해서만 직접 고용을 하면 되지만, 이후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위아는 현재 협력업체 파견 직원이 2천여명에 달한다.
현대위아뿐 아니라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한국GM, 포스코[005490] 등에서 불법 파견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관련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도 어려운데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 대법원이 사내 하청 노동자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해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차와 기아 파견직 직원 49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개인 소송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현대차·기아의 파견직 직원 불법 파견 판결만 16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불법 파견과 관련해 대표까지 재판에 넘겨졌다.
카허 카젬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은 2017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에서 27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천81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부평·군산·창원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82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을 내렸고, 올해 5월에는 파견 직원 14명이 인천지법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고법은 2016년 포스코 광양공장 사내 하청 근로자 15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기업들은 파견 직원들이 정당한 도급 계약하에 단순 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기업들이 그동안 10년 넘게 불법으로 비용을 아껴놓고 적법하게 고용하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여론을 만들고 있다"며 "노동자가 일한 만큼 기업이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에 기업들은 추가 소송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2년부터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특별채용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까지 약 1만명을 특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파견직 직원 측에 합의금 지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004020]은 계열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 7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고, 현대위아도 협력업체 직원 고용을 위해 설립된 법인에 지분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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