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이후 독일은…여당 "중 양면접근…한일과 협력 강화"

입력 2021-06-22 22:24
메르켈 이후 독일은…여당 "중 양면접근…한일과 협력 강화"

"증세 없다" 선언…'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산업국가' 약속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올 가을 16년 만에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후 독일의 미래를 그린 여당의 청사진이 나왔다.

40세 여성 후보를 앞세운 녹색당의 돌풍 속에 지지율이 2위로 내려앉았던 여당은 녹색당 후보의 경력 논란 등에 다시 역전해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오는 9월 26일 연방하원 총선거를 앞두고 21일(현지시간)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139페이지 분량의 공약집을 보면, 기민·기사당 연합은 중국과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으로 전 세계적 권력구조가 뒤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21세기는 전반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주조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태지역 민주국가들인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후원하는 이들은 독일과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대상이라고 기민·기사당 연합은 밝혔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외교·안보적으로 최대 도전인 중국은 경쟁대상이자 협력대상이면서도 체제적으로는 라이벌이라면서 중국에 대해 양면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제질서를 스스로 만들고 바꿔나가려는 야심을 보이면서 기술과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지정학적인 종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기민·기사당 연합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지식재산권·고도기술·데이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 미국 등 다른 민주주의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야심에 단결해 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한 부분에 있어 중국과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기민·기사당 연합의 계획이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또 러시아 등 주요국의 국제법 경시, 포퓰리즘의 확산 등으로 인해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했다면서 세계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독재국가들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단결해,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게 독일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유럽의 최대 경제 강국으로서 단순히 위기에 대응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동맹·협력국과 함께, 외교, 안보, 개발, 군사적 정책을 모두 활용해 국제적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총리청에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는 국가안보회의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아울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퇴치를 위한 어마어마한 재정지출로 재정 여력이 한정돼 있다면서도 증세나 새로 빚을 내는 것은 잘못된 길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를 늘려 곧 빚 없는 나라살림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또 독일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 산업국가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당 연합은 현재 부상하던 녹색당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인사(INSA)가 빌트지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이번 주말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기민·기사당 연합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8.5%를 기록했다. 이어 녹색당이 19%, 사회민주당(SPD)이 15.5%, 자유민주당(FDP)이 14%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선 공약에 대해 녹색당은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고, 사민당은 '사회적 추위'를 야기하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자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이 증세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리라 전망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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