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 오른 車업계 '비정규직 직접고용'…노사 갈등 심화

입력 2021-05-27 16:35
수정 2021-05-27 16:36
수면 위로 떠 오른 車업계 '비정규직 직접고용'…노사 갈등 심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불법파견 관련 교섭 테이블 마련 촉구

르노삼성차는 고용부로부터 직접고용 명령 받아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비정규직 직접고용이라는 완성차업계의 해묵은 과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 비정규직 노조는 전날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섭 자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2004년 고용부가 현대차 공장 내 127개 하청업체와 9천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을 판정했고, 대법원이 2010년 울산공장 조립라인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는데도 회사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불법파견 소송이 지금도 계속돼 제소 범위가 2·3차 하청업체로 확대됐다며 사측이 올해 안에 교섭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부산공장에서 일하는 9개 사내협력업체 소속 하청 근로자 18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이의 제기 등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르노삼성차에 지난 18일까지 하청 근로자를 직접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이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고용부로부터 직접고용 명령을 받은 부분은 생산 라인 근로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물류 등 부수적인 부분"이라며 "현재는 법적인 문제가 있는 내용을 다시 확인중이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비정규직 직접고용 문제까지 더해지며 노사간 대립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노조의 전면파업에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노사간 대치 상황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지난 20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 정규직의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며 현재 정규직 노동자가 2011년에 비해 2천여명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3월부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형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카허 카젬 사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카젬 사장 등 한국지엠 임원 5명은 2017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천719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한국지엠 3개 공장에서 관련 법상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젬 사장 측은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4일에도 재판이 열리는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법정투쟁은 무려 16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카젬 사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의 경우 직접고용을 하려면 글로벌 본사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함께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불법파견으로 간주하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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