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특급' 원베일리 분양…계층 상승 사다리가 없다

입력 2021-05-18 05:30
'벼락부자 특급' 원베일리 분양…계층 상승 사다리가 없다

특공·추첨·대출 3無로 5060세대 현금 부자들 잔치판

전문가 "청약제도 개편, 고가주택 기준 상향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일거에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벼락부자 특급 열차인 강남 원베일리 아파트 일반분양을 앞두고 '규제의 역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아파트는 청약 가점이 높고 현금 10억∼15억원을 동원할 수 있다면 10억∼15억원의 차익을 낼 것으로 전망돼 한 방에 20억원대나 30억원대 자산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별공급이나 추첨제 물량이 없고, 분양가가 가구당 모두 10억원 이상이어서 대출도 막혔다. 결국 돈 많고 가점 높은 5060 중장년 무주택자만의 잔치판이 될 전망이다.

◇ 역대급 로또 '황제 아파트' 등장

아파트 청약 역사상 최대어이자 작년 7월 부활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첫 민간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가 다음 달 일반청약에 나선다.

이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 변의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밀어내고 지하 3층 지상 35층, 23개동 2천990 가구로 조성되는데, 인근의 아크로리버파크에 필적하는 새로운 한강 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과 신반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올림픽대로와 반포대로가 인접해 있으며, 인근에 유명 초중고교가 즐비해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등 생활 인프라가 우수하다.

이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용면적 46∼74㎡ 224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구체적으로 49㎡(18평)가 2가구, 59㎡(24평)가 197가구, 74㎡(30평형)가 25가구다. 예상 분양가는 최소 평형인 49㎡가 10억∼11억원, 59㎡가 13억∼14억원, 74㎡가 17억∼18억원 선이다.

분양가가 시세의 60% 이하여서 서울에서 청약을 준비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당첨될 경우 졸지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어 '꿈의 아파트', '황제 아파트'로 불린다.

이 아파트 일반분양 가격은 3.3㎡당 약 5천669만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평당 1억원이 넘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이다. 삼성물산[028260]이 짓는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해 평당 1억5천만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95㎡는 최근 26억원, 전용면적 84.95㎡는 34억∼38억원대에 거래됐다.

◇ 특공·추첨·대출 불가…5060 현금 부자 잔치판

이 아파트는 모든 분양 물량이 85㎡를 넘지 않아서 추첨 없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린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 3년이며, 전매제한은 10년이 적용된다.

현금 10억∼15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부자가 아니면 아무리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도전이 불가능하다.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특별공급을 노렸던 예비 청약자들은 헛물을 켜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청약제도를 개편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생애 최초나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등 특별공급 대상자에게 기회는 없다. 일각에서는 소셜믹스 차원에서 공공임대 물량은 148가구가 나오는데 특별공급이 막힌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분양가가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된다. 쌓아둔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애초 이 단지는 작년 7월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상한제 시행 직전 관할 구청에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일반 분양가(3.3㎡당 4천891만원)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버텨 결국 상한제를 적용받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책정한 분양가 대비 평당 8천만원이나 높게 분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심사 가격보다 5∼10% 정도 분양가가 낮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받은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초 취지가 훼손돼 안타깝다"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전문가들 "젊은층에도 청약 기회 열어놔야"

결국 원베일리 분양 아파트는 50대 이상의 현금 부자가 아니면 청약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가점이 70점은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점 70점을 넘기려면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을 최대한으로 채우고 부양가족은 4인 이상이어야 한다. 30대나 40대 청년층으로서는 아예 도전이 불가능하다.

로또 복권을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서울에서 계층 상승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일부 5060 장년 부유층 무주택자에만 주어지는 셈이다.

연내 분양 예정인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신반포 메이플 자이'(신반포 4지구), '디에이치 방배'(방배 5구역)는 물론 사상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주공둔촌아파트에서도 줄줄이 일반분양 물량은 나오지만 대부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 특별공급은 씨가 마를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청약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베일리의 경우 가점이 거의 만점에 가까워야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주택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도 적은 3040세대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예컨대 30대 40대 50대 등 세대별(연령기준) 무주택자 비율을 따져 분양 가구를 배정한 뒤 세대별로 청약 경쟁을 하도록 하면 젊은층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고가주택의 기준선이 9억원으로 못이 박혀 젊은층에게 청약이나 대출 기회가 막힌 측면이 있는 만큼 고가주택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0억원이 넘은 상황에서 9억원 아파트를 고가 주택이라고 규정해 청약과 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잉태한 로또 아파트가 누구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층에게 서울 요지의 고가 아파트 청약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고가주택의 기준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선으로 높여 특별공급이나 대출 숨통을 터주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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