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금리 내리고 감면' 주장에 은행 "신용경색 오면 책임지나"
여당 의원 "은행대출 안돼 민주당 심판"…은행 "정부가 대출 규제 압박"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여당 안에서 "대출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심지어 대출 규제가 선거 패배 요인으로까지 거론되자 은행권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 자산 건전성 등을 고려해 금융기관이 결정하는 금리나 대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압박하는 행위 자체가 시대착오적인데다, 결국 피해가 다른 대출자들의 금리 인상, 대출 축소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우려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상생과 통일포럼' 금융토론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인데 대출 금리는 3~4% 정도"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1%포인트 정도는 내려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금융권이 1년에 수십조 원을 버는데 꼼짝도 안 한다"고도 말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담보가치만큼 대출해 주던 은행 창구에서 '정부 방침 때문에 대출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그 얘기에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는 여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 대출 감면' 관련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합의하면 이들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 소위로 넘겨져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개정안에는 영업 제한 등으로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사업자 등이 은행에 대출 감면을 요구할 경우 법에 정한 조건에 맞으면 은행이 따라야 한다는 내용, 금융위원회가 대출 등 금융상품 판매자에 감면 등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을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수신(예금) 금리나 시장금리 등 조달 비용과 당장 은행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대출자의 신용도 평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는 인위적으로 정부가 낮추라고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후진국이 아닌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춘다면, 주주와 예금자 등을 보호해야 하는 사기업 은행은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국 다른 대출자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더 나아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애초에 대출 자체를 꺼리는 '신용경색'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텐데, 책임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적정 수준 이하로 금리를 낮추면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 수익 등의 문제로 대출 문턱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그 피해는 소상공인과 저신용자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은행이 대출을 규제한 것은 금융당국이 부동산 자금 유입, 은행 건전성 등을 걱정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라며 "그 규제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말하는 건 정부를 탓하는 것인지 은행을 탓하는 것인지 도대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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