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에도 커지는 노조 목소리…시험대 오르는 '뉴 삼성'
삼성전자 노조, 임금교섭 요구하고 임금소송 추진…"임금 10% 올려야"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후 노조 활동 본격화…삼성 "성실히 응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직원 임금을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 내 노조 활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노조가 임금교섭을 요구하고 관련 소송까지 추진하고 나서면서 노조와 상생을 공언한 '뉴 삼성'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최대규모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최근 회사에 임금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25일 노사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0% 등 평균 7.5%의 임금 인상을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합의와 별개로 추가 인상을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3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고 주요 경영진 연봉은 2배 이상으로 뛰었다"며 "임금교섭에서 최소 10%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전국 사업장에서 "임원연봉 순위 1위, 직원연봉 순위 48위"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로 노조 홍보활동을 벌이는 한편 임금교섭에 참여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노조로부터 임금교섭 요구서를 받은 회사는 임금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고용노동부에 교섭 절차에 관한 실무사항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11월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까지 조합원 수가 1천500여명 규모였지만, 올해 초 삼성전자 임금인상 수준을 두고 논란이 되면서 조합원 수가 현재 2천500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한편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산정방식과 포괄임금제를 문제 삼으며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 측은 최근 여러 법무법인과 접촉하며 연장·야간근로수당의 책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산정 방식에 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 채권 소멸 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소송인단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조합원·비조합원 4천여명을 모아 '고정시간 외 수당'과 '개인연금 회사지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그간 미지급한 임금을 정산하라고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지난달 일부 직군에 한해 노조가 주장한 '고정시간 외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기로 하고 최근 3년 치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추가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 움직임이 이처럼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노조와 상생을 약속한 삼성 총수 발언 이후 삼성전자 노조는 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하는 등 활동 보폭을 넓히며 덩치를 키웠고, 올해 임금협상 국면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와의 단체교섭이 어긋날 경우 파업 등 노동쟁의가 발생할 수 있고, 통상임금 소송 등 법률적 문제 제기 이어지면 회사로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계기로 지난해 출범한 준법경영 감시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준법위 관계자는 "노조 문제는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과 함께 준법위가 우선순위로 두는 주요 사안"이라며 "노사 관계에서 관련법을 준수하고 교섭 절차에 위법 사항이 없도록 감시·감독 기능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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