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박물관 짓자" 영국서 모금…네티즌 반발

입력 2021-03-30 11:39
"브렉시트 박물관 짓자" 영국서 모금…네티즌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지난 1월 시행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기념하는 박물관 설립을 위한 모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한 영국독립당(UKIP)의 가웨인 타울러 전 대변인은 이날 브렉시트 기념박물관 설립 프로젝트가 자선 사업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주도자들은 앞으로 영국 자선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세금을 반영해 기부금을 정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영국 시민들이 2016년 국민투표에서 아슬아슬한 표 차로 EU 탈퇴안을 가결한 직후 브렉시트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나왔으며, 당시에는 '뜬구름'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익명의 후원자가 상당한 기부금을 약속해 박물관을 위한 땅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고 타울러 전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어 전문 큐레이터 고용 등 비용 등을 위해 약 70만파운드(약 11억원)를 모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발표되자 네티즌들은 브렉시트 이후 복잡해진 통관 절차 때문에 검문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화물 트럭을 보여주는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케이티 브랜드 작가 겸 코미디언은 트위터로 "1941년에 블리츠(blitz)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비꼬았다.

블리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0∼1941년 독일에서 벌어진 캠페인을 가리키는 말로, 영국에 폭탄을 터트려야 한다는 주장 등을 담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약 70%가 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타울러 전 대변인은 이런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런 분노가 아직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을 위해 브렉시트 지지층이 많은 잉글랜드 중부 지방의 땅을 사고 싶다면서 다만 이번 해에는 개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70∼1980년대엔 전체 인구의 1%만이 브렉시트가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면서 박물관이 "이 소수인들의 운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반대파로부터도 소장품을 모으고 있지만, 유럽통합과 관련된 주장은 어디서든 매우 잘 전시돼 있기 때문에 이 박물관이 균형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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