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언론 신고식'…전염병 대응 자찬하며 트럼프 저격

입력 2021-03-26 07:43
바이든 첫 '언론 신고식'…전염병 대응 자찬하며 트럼프 저격

취임 두달여만에 62분간 첫 기자회견…트럼프·오바마보다 늦어

자칭 '실수 제조기'지만 큰 실수는 없어…문답지 들춰보며 답변하기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며 일종의 '언론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1월 20일 취임식 후 64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27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일 만에 첫 기자회견을 한 것에 비해 많이 늦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위험이 높지만 이득은 적은'(high risk, low yield) 행사로 통한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실수라도 하면 잃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말실수로 간혹 도마 위에 오른 탓인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섰다. 예상 문답을 담은 자료집까지 준비한 모습이었다.

62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큰 실수는 없어 보였다. 질문 도중 자료집을 넘겨 보거나, 스스로 장황했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너무 오래 답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는 이날 회견을 취임 후 성과를 부각하고 역점 과제에 대한 초당적,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로 활용하려는 듯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선 전임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공화당이 국정의제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강하게 표시했다.

중점적인 홍보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성과였다. 실제로 취임 후 확산세가 꺾이고 백신 접종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그는 취임 100일까지 백신 접종 목표를 2배인 2억 회로 늘려 잡았고, 35일이 지나면 학교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답에서 전염병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도 처음 밝혔다. 역대 최고령인 78세의 나이로 취임한 그의 연임 도전 여부는 그간 관심의 대상이었다. 민주당 전략가 사이에선 실제 불출마하더라도 조기 레임덕을 피하려면 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오며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힌 주제는 남부 국경지대에 밀려드는 이민 행렬 문제였다.

그는 친이민정책이 밀입국자 급증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 늘어난 게 아니다"라며 날씨가 풀리는 연초 이민자 급증은 반복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문제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부모 동반 없는 미성년 밀입국자들이 열악한 조건의 시설에 수용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런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응했다. 또 "이 아이들이 국경에서 굶어 죽도록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자신의 정책 기조를 옹호했다.

그는 여러 질문에 답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곳곳에서 저격했다.

트럼프식 이민 정책에 대해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이민을 늦추지도 못했다"고 혹평하고 "그가 해체한 것 위에서 재건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절대 양해를 구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중 중국 위구르나 홍콩 같은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는 취지로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할 가능성을 묻자 "오 그러지 마. 나는 (그때) 공화당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받아넘겼다.

그는 공화당에 대해 협력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자신의 역점 과제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남용이라고 비난하면서 특정 사안에 대해선 이 규칙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공화당이 협력과 분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나는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해 선출됐다"고 공화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공화당이 투표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구역질이 난다'(sick), '비미국적'(un-Ameirca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때때로 두서없이 언급하고 몇몇 순간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대통령 업무와 미래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실수 제조기'라고 칭하지만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다"며 "때때로 장황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해 덜 교수 같은 버전이었고, 대본이 없고 참모들도 알지 못하는 정책 발표로 악명이 높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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