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영구설치 촉구 베를린 할머니들, 램지어 망언에 "헛소리"(종합)
독일 극우 총기난사 테러 1주년 추모식 겸해…매달 셋째주 금요집회 예고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할머니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다시 나섰다.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독일 시민단체 '오마스 게겐 레히츠'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1년 전 독일 하나우에서 극우주의자가 벌인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에 의한 희생자 10명을 추모했다.
오마스 게겐 레히츠는 할머니들을 주축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자녀와 손주 세대를 위해 극우세력에 반대하고, 의회민주주의와 사회적 평화를 지키는 활동에 주력한다. 이 단체는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집회 등 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해왔다.
할머니들은 이날 성명에서 20세부터 72세에 이르는 극우 테러 희생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 뒤 "이 이름들을 잊지 말고 말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증오의 말은 폭력으로 분출되고, 인종주의와 광신주의적인 말은 좋은 일을 한다는 착각 속에 잔인한 행동을 자극한다"고 강조했다.
1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하나우에서 총기 난사 테러 당시 43세였던 범인은 물담배 바 두 곳에서 잇따라 총을 발사해 9명을 살해했다.
이후 그는 인근 자택에서 72세 어머니와 함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자 수에는 그가 역시 살해한 72세 어머니도 포함했다.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 한정화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부당한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추모하는 장소가 됐다는 점에서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할머니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할머니들과 재독 한국인들 5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1.5m씩 거리를 유지했으며, 발언자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오마스 게겐 레히츠 소속 활동가 레나테 크리스티안슨은 "소녀상은 모든 폭력에 항거하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오늘 집회를 위해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매달 셋째 주 금요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관할구청이 아직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를 개시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소녀상은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비하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는 "세상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앞서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지난해 12월 1일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하고, 앞으로 구의회 참여하에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명령을 철회하고 당초 내년 8월 14일이었던 설치기한을 내년 9월 말까지로 6주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후 관할 미테구청은 지금까지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를 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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