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홍보전 승리"…WHO 발표에 뒷말 무성
"냉동식품·타지 전파설 등 중국 주장에 힘 실었다"
조사팀, 관용차 얻어타고 유관기관에서 귀빈 대접
학계 "주는 정보만 받아 결론 내리면 무슨 의미"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발병지인 중국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지조사 결과를 두고 외신과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방 언론에서는 일단 중국의 입장이 대거 수용된 까닭에 중국의 홍보전 승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학계에선 중국이 조사팀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의 발표에 대해 "미국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창궐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는 중국에 PR(홍보)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WHO의 코로나19 조사팀은 이날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지 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바꾸진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특히 조사팀은 냉동식품 운송(콜드체인)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고, 지난해 말 우한 내 집단발병 이전에 외국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WHO 조사팀 소속 네덜란드 바이러스 학자인 마리온 코프만스는 회견에서 "(다른 지역에서) 우한보다 먼저 바이러스가 전파했다는 증거를 탐색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 내용은 코로나19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수 있고, 우한이 최초 발병지가 아니라는 중국의 주장과 사실상 똑같은 결론이다.
미국외교협회의 황옌중(黃嚴忠) 세계보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코로나19에 관한 공식 주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권위 있는 지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WHO 조사팀의 이번 조사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WHO 조사팀이 중국 당국의 통제로 정보를 완전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편의 제공에 의존해 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거래처인 화난수산시장을 비롯해 발병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장소들은 강력한 방역 조치로 인해 초기 상황과 증거물들이 사라진 상황이다.
특히 바이러스의 연구실 유출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측이 제공한 자료와 연구소 직원들과의 "진솔한 대화"에서 나왔다.
미 스탠퍼드대 미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렐먼은 워싱턴포스트(WP)에 "증거가 공개될 때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이 제공한 정보만 검토했다면, 상식적으로도 (판단에) 의문이 간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HO 조사팀이 중국에 입국한 이후 중국 정부의 관용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며 귀빈처럼 유관기관들의 안내를 받고 다녔다는 점을 공정한 조사와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모습으로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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