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수사 판·검사 '담합 의혹' 논란 재점화하나

입력 2021-01-30 06:22
브라질 룰라 수사 판·검사 '담합 의혹' 논란 재점화하나

룰라 기소에 앞서 텔레그램 비밀대화 통해 의견 조율한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를 수사한 판사와 검사들이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내기 위해 담합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뉴스포털 UOL은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와 부패 수사를 담당한 연방검사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에 앞서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비밀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룰라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정보접근권을 승인받아 연방경찰의 기록을 들여다본 후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 간의 대화 가운데 발췌한 것이다.

당사자인 모루 전 판사, 그와 대화한 데우탄 달라기뇨우 연방 주임검사, 연방검찰은 보도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루 전 판사와 부패수사팀 검사들 간의 담합 의혹은 2019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9년 6월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모루 전 판사가 연방검사들에게 룰라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룰라의 변호인단과 좌파 노동자당(PT), 지지자들은 불공정한 수사 때문에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아 2018년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룰라는 수감 상태에서도 대선 출마를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했으나 연방선거법원은 2018년 8월 31일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를 열어 6대 1 다수 의견으로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이 룰라를 대신해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그해 10월 말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룰라는 수감 580일 만인 2019년 11월 8일 석방됐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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