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광 매몰사고 생존자 "나올 수 있다고 줄곧 믿었다"

입력 2021-01-26 19:50
수정 2021-01-26 19:50
중국 금광 매몰사고 생존자 "나올 수 있다고 줄곧 믿었다"

"실망·낙관 속 서로 격려…다시 살아난 느낌"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죽지 않고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煙台) 금광 폭발사고로 땅속 600m 가까운 지점에 갇혀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노동자 왕(王) 모씨는 26일 병원에서 CCTV 등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금광 갱내에 매몰된 노동자 22명 중 한 명인 왕씨는 "폭발 당시 큰 소리가 나면서 나가떨어졌고, 헬멧이 부서지고 벗겨졌다"면서 "어떤 사람은 머리를 다쳐 피가 났다"고 사고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왕씨 등 11명은 사고 발생 15일째인 지난 24일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10명은 사망했고 아직 행방불명인 1명에 대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매몰지점에는 다행히 호흡 가능할 정도로 산소가 있었고, 왕씨 등 노동자들은 굶주림을 참고 갱도 벽에서 새 나오는 물을 마시며 버텼다.

왕 씨는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 곧바로 배가 고파서 깼다"면서도 "믿음이 있었다. 죽지 않고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줄곧 생각했다"고 말했다.



왕씨의 믿음은 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17일 오후 기적으로 바뀌었다.

구조대가 이날 오후 갱도로 통하는 구멍을 뚫었고, 갱도까지 뚫고 들어간 드릴 파이프를 두드리면서 생존자를 확인하면서다. 이때 갱도에서 가장 먼저 드릴 파이프를 두드려 답을 보낸 것은 왕씨였다.

왕씨는 노동자들을 끌어올릴 때도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공산당과 정부가 우리를 버리지 않아서 매우 기뻤다"면서 지상으로 나올 때 두 손을 모은 데 대해 "감사의 표현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생존자 두(杜) 모씨는 "갇혀있는 동안 어떤 사람은 실망했고 어떤 사람은 낙관했다"면서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당과 정부가 반드시 사람을 보내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를 위한 구멍이 뚫리기 2~3일 전부터 작업 소리를 들었다. 구멍이 (갱도까지) 관통하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일어섰다"면서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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