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국산 백신 승인 내홍…"입증 덜된걸 어떻게 쓰나"(종합)

입력 2021-01-04 14:13
인도 자국산 백신 승인 내홍…"입증 덜된걸 어떻게 쓰나"(종합)

'백신자립' 선언했으나 예방효과 안밝혀…야당 등 '졸속승인' 의심

정부 "정치화 말라…과학적 근거 따라 승인" 반박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인도 정부가 자국에서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한 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승인 근거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정부는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4일 로이터 통신과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이 자국기업 바라트 바이오테크의 백신 '코백신'의 긴급사용을 전날 승인하자 업계 전문가들과 야당이 신뢰할 수 없다며 공세를 벌였다.

비판의 주된 이유는 DCGI와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코백신의 예방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도의 백신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SII)의 최고경영자 아다르 푸나왈라는 "조사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그 백신이 어떤 방식으로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SII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들어 인도에서 '코비실드'라는 상표로 공급하는 현지업체다.

투명성 활동가 사케트 코케일은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자료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승인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코백신의 예방효과가 2회 접종을 마쳤을 경우 6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접종에 들어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의 효과가 둘 다 90%를 넘는 것으로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초라한 수치다.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소속 거물급 정치인인 샤시 타루르는 "졸속 승인이라서 위험할 수 있다"며 "시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사용을 피해야 하며 그 사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DCGI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도 전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도에서 3상 시험까지 마쳤으나 코백신은 11월 중순 시작된 3상 시험이 진행되는 중에 긴급사용이 승인됐다.

당국은 코백신이 오는 2월이나 3월에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작년 11월 밝혔으나 이번 승인에 따라 보급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하르시 바르단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승인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에 따른 절차를 잘 따랐다며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정치화하는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코백신은 다른 백신과 유사한 효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변이 바이러스에는 더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백신 임상에 참여한 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란디프 굴레리아 소장은 "코백신은 감염자나 백신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응급 상황이나 SII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 백업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기업이 개발한 코백신의 승인을 국가 자립의 상징으로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두 종류 백신이 인도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인도인이 자랑스러울 것"이라며 "이것은 '자립 인도'의 꿈을 실현하려는 우리 과학계의 열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도에 앞서 자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국가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이 있다.

한편,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1천34만469명(보건·가족복지부 기준)으로 집계돼 전날보다 1만6천504명 증가했다.

지난 9월 10만 명에 육박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2만 명 안팎으로 대폭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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