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국산인양 태국서 판치는 중국산 배·단감…"적극 대응"
'한국어 표기 문제없다' 태국측 수수방관에 태극기·공동브랜드·SNS 총력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동남아 지역 한류를 이끌고 있는 태국에서 한국산 과일 인기도 높아지면서, 한국산인 것처럼 교묘하게 표기된 '짝퉁' 중국산 배나 단감이 판을 치고 있다.
최대 4분의 1의 낮은 가격을 내세워 현지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만, 한국산 과일 이미지 하락 및 농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관련단체 및 업계가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방콕 지사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나 한국어 표기가 담긴 띠지를 두른 중국산 배나 단감이 태국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통시장은 물론 쇼핑몰이나 고급 백화점 내 마트 식품관도 예외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았던 수쿰윗 거리 터미널21 쇼핑몰 내 식품관에서는 지난달 중순 중국산 배가 원산지 표기도 없이 한국 브랜드가 인쇄된 띠지에 감긴 채 판매 중이었다.
다른 마트에서도 한국 브랜드 명이 적힌 띠지를 두른 중국산 배가 한국산과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대에 놓은 일부 중국산 배 상자의 한 쪽에는 'Korean Pears'(한국 배)라는 영문 표기가, 다른 한쪽에는 배라는 한글 표기 아래에 'Produce of China'(중국 생산품)이라는 표기가 병기돼 있었다.
동남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딸랏타이 도매 시장에서는 중국산 단감 및 곶감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고 aT측은 밝혔다.
상자 위 조그만 스티커에는 작은 영문으로 원산지가 중국임이 표시돼 있지만, 박스 겉면에는 '한국 단감'이라고 큼지막하게 표기돼 있었다.
aT측은 소비자들이 낱개로 단감을 구매할 경우에는 원산지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임을 보여주듯 상자 겉면에 엉성한 한국어 문구가 적힌 경우도 있었다.
일부 중국산 곶감 상자와 비닐 포장에는 '교수형감'이라는 상품에 어울리지 않는 '짝퉁' 브랜드명도 붙어있다고 aT측은 전했다.
이러자 한국산 과일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부 업체는 자사 브랜드와 포장 디자인까지 도용한 중국산 과일이 버젓이 유통되는 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aT측은 전했다.
중국산 '짝퉁 과일'이 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태국 소비자보호원은 '한국 △△' 식의 표기는 디자인 차원인 만큼, 중국 업체들이 그런 식으로 표기해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aT측은 전했다.
현지 와차몬 푸드의 위파위 왓차라꼰 대표는 aT측에 "원산지는 표기하되 교묘하게 한국산과 비슷한 포장으로 판매하는 중국산 과일이 늘어나 문제"라며 "한국산 과일이 품질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짝퉁 제품을 막을 수 없다면 포장을 개선하거나 품질 홍보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T측은 중국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포장박스나 포장지 그리고 판매대 등에 태극기를 꽂아 놓거나 전시해 놓음으로써 판매하는 배나 단감이 '한국산'임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중국산 짝퉁과 경쟁이 치열한 국가에서 각 과일에 대한 공동브랜드 상표권을 등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업체들이 등록된 상표권을 모방하면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TV는 광고는 물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SNS 광고 등을 통해 "한국산 원산지(Product of Korea)를 확인하고 구매하세요"라는 캠페인도 적극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주용 aT 방콕 지사장은 "'짝퉁 한국산'인 중국 과일의 낮은 품질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인 한국산 과일 이미지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현지 로펌 및 관계 당국과 적극 협력해 짝퉁 한국산 유통을 최대한 막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T 방콕 지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농림축산 분야(수산제외) 태국 수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금액은 9.6%, 물량은 56.9% 각각 증가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