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사막 떨어진 운석은 물 가진 대형 소행성서 온 '별종'
'알마하타 시타' 시료 분석…640~1천800㎞ 세레스급 천체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 "태양계 초기 물질 대표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08년 10월 7일 수단 누비안 사막에 떨어진 운석 '알마하타 시타'(Almahata Sitta)는 소행성 벨트에서 가장 큰 천체인 왜행성 '세레스'와 맞먹는 크기의 물이 풍부한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에 따르면 이 연구소 행성지질학자 빅토리아 해밀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알마하타 시타 운석 파편 50 mg(밀리그램·1mg=1천분의 1g)을 시료로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알마하타 시타는 지름 3.9m, 무게 9t의 소행성 '2008 TC3'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해 약 600개로 쪼개진 운석의 총칭으로, 아랍어로 '6번째 역'이라는 뜻의 인근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 과학자들은 이때 처음으로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미리 파악했으며 이를 통해 총 10.4㎏의 운석을 회수했다.
연구팀은 이 운석 시료를 적외선 현미경을 이용해 구성 성분을 파악하고 분광 분석을 통해 대표적인 수화(含水)광물인 각섬석(Amphibole)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각섬석은 1969년 멕시코에 떨어져 2t가량이 회수된 아옌데 운석에 미량만 존재하는 등 탄소질 콘드라이트(CC) 운석에는 희귀한 성분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각섬석이 중간 정도의 압력과 온도에서 장기간 물에 노출될 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알마하타 시타를 가져온 소행성 2008 TC3의 모체는 지름이 적어도 640㎞ 이상, 최대 1천800㎞에 달하는 소행성일 것으로 추정됐다.
소행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를 형성하고 남은 잔해로,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 모여있다. 이 중 일부가 서로 충돌해 쪼개지고 태양계 안쪽으로 튕겨 나와 지구에 근접해 지나가거나 대기권을 뚫고 지구에 떨어져 운석이 된다.
CC 운석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뒤 열변성을 받지 않은 채 유지된 것으로 초기의 지질 기록을 담고 있으며 원래 있던 천체에 관한 단서도 제공해 준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확보된 CC 운석 중 일부는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물에 노출된 증거를 보여주거나 물이 없는 상태에서 가열된 점을 나타내 왔지만 알마하타 시타처럼 중간 정도의 압력과 온도에서 수성 변질 작용을 보인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알마하타 시타의 시료는 우리가 확보한 CC 운석이 태양계 초기 물질을 대표하고 있지 않다는 뜻밖의 정보를 제공해 줬다"면서 일본의 하야부사2와 미국의 오시리스-렉스가 각각 소행성 류구와 베누 궤도를 돌며 분광 분석한 결과, 수화 상태가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운석과 차이를 보이는 점도 지적했다.
오리시스-렉스 과학팀의 일원이기도 한 해밀턴 박사는 "하야부사2와 오시리스-렉스가 채취한 시료의 성분이 지금까지 지구에서 확보된 운석과 다르다면 이는 물리적으로 지구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태양계에는 우리가 수집한 것보다 더 많은 CC 물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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