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피살' 이란 핵과학자, 원격조종 기관총에 맞았나
일부 전문가들 이란 핵과학자 '원격 암살' 주장에 회의적
"움직이는 표적 암살할 만큼 신뢰도 높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이란의 유력 핵물리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의 전말이 좀처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란 현지 언론은 파크리자데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픽업트럭에 설치한 원격 조종 기관총에 의해 암살당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런 '원격 암살' 주장에 회의적이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 등 이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파크리자데는 방탄 처리된 일본 닛산의 승용차를 타고 수도 테헤란 동부 압사르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그가 탄 차는 앞뒤로 무장 요원이 탄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았다.
차가 주행하는 동안 파크리자데는 밖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고, 그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약 150m 떨어진 곳에 있던 닛산 픽업트럭에서 발포가 이뤄졌고, 파크리자데는 총알을 적어도 3발 맞았다.
이어 닛산 픽업트럭은 자폭 장치로 폭발했고, 이 모든 일은 3분 만에 끝났다는 게 파르스통신 등이 재구성한 테러 개요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암살 작전은 매우 복잡했으며, 전자 장비를 사용했고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며 "적은 완전히 새롭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일부 보안·정보 분야 전문가들은 현대 무기 기술이 원격 공격을 실행할 만큼 발전했지만, 신중함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요인 암살에 사용될 만큼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CNN에 주장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원격 공격은 사람이 현장에 없어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실수도 전체 작전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 요인 또한 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보안 전문가는 이 방송에 "특정 환경에서는 원격 공격이 효과적이지만,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표적에 대해서는 근거리에서 직접 공격하는 게 더 정확하고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암살이 원격으로 이뤄졌다면 통신 중계기, 위성 수신기, 원격 무기 등을 부품을 분리해서 밀반입하고 이를 은밀히 보관했어야 했을 것이라며 이 모든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또 닛산 픽업트럭이 공격 직후 폭발했다는 현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에 사용된 폭탄도 비밀리에 보관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 무기로 암살할 때 현장에는 통신 장애·총알 걸림 등에 대응해 장비를 수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가지의 실수도 전체 암살 작전을 위태롭게 몰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스라엘 보안 전문가는 "이런 작전에 원격 총이 사용됐을 것 같지 않다"며 "이란이 암살을 위해 자국에 침투한 인원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영국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인스티튜트의 국방 전문가 잭 와틀링도 원격 무기가 단일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된 무기로 목표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원하지 않는 대상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요시 멜먼 이스라엘 군사전문 기자는 트위터에 "이란 정부와 언론은 파크리자데 암살과 관련해 다양하면서도 상반된 발표를 난발해 더는 믿기 어렵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허위 사실을 퍼뜨림으로써 서로에 대한 심리전·방해 공작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은 파크리자데를 암살한 배후가 이스라엘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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