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한달앞] "코로나까지 겹쳐 준비 안 됐는데"…중기 '한숨'

입력 2020-11-29 06:15
[주52시간 한달앞] "코로나까지 겹쳐 준비 안 됐는데"…중기 '한숨'

"생존이 시급, 인력 보충 어려워"…계도기간 1년 연장 등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이태수 기자 = 나사·볼트·너트 등을 만드는 신진화스너공업의 정한성 대표는 갈수록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50인 이상 300인 미만) 주 52시간제 시행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와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1년간의 계도기간이 주어지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계도기간 1년 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 중소기업들 '걱정'…"일감 몰릴 땐 어쩌나"

중소기업 현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데, 아직 준비를 못 한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정한성 대표는 "솔직히 주 52시간제 준비를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직원이 100여명으로 주 60시간 정도 근무하는데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인력의 10%가량을 더 뽑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직원 월급이 줄고 이로 인해 숙련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기존에는 최저임금에 50%를 더 얹어주는 추가 근무 수당이 노동자의 임금 보전에 도움이 됐지만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사람을 더 뽑아야 할 판에 숙련된 근로자가 회사를 나갈 수 있어 걱정"이라며 "숙련된 기술자가 회사를 떠나고 새 사람을 뽑는다면 기술력 유지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약 2∼3년 동안 숙련이 될 때까지 급여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 사람을 뽑기 어려운 것을 뻔히 알면서 주 52시간제를 강제로 도입하겠다고 하면 납기도 지켜야 하고 원가도 맞춰야 하는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은 성수기에 작업이 몰리거나 일감이 늘어날 경우 주 52시간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기계 핵심부품에 사용되는 특수강을 생산하는 대일특수강의 이의현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수주에 따라 작업이 이뤄져 우리 뜻대로 일의 양을 정할 수 없다"며 "수주가 많을 때는 단기간 안에 납품해야 해 초과 근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요구받은 기한 내에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노사가 합의해 융통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주 52시간 계도기간이 지나면) 신제품을 개발할 때나 수출을 확대할 때 등 일이 몰릴 때는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26일~11월 6일 중소기업 500곳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9%가 아직 주 52시간제 준비를 못 했다고 답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중소기업 218곳 중에서는 83.9%가 준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나머지도 완전히 준비돼 있다기보다 코로나19로 일감 자체가 예년보다 많이 준 것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계도기간 1년 연장 요구…"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보완을"

이런 상황을 들어 중소기업계는 계도기간 1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해서는 인력 추가 채용 등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이 급한 상황에서 직원을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52.3%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들이 계도기간 연장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도 개선이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회사의 경우 대기업에서 자동차 신모델을 출시하면 갑자기 부품 주문이 급증해 납기일을 맞추려면 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주장이다.



중소기업들은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개선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이라는 정산 기간 안에 1주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노동자 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도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도입 요건을 개별 노동자 동의로 완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보완해 함께 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법 보완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통상적인 시기라면 중소기업들이 계도기간 1년 동안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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