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플랫폼·벤처 투자…장기 불황 정유사 신사업 안간힘
주유소→복합공간 탈바꿈하고 각종 편의 서비스…脫석유 가속화
정유 4사 3분기 실적 개선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불황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석유 사업 중심의 기존 틀을 바꾸는 구조 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학, 수소 사업 등 유관 사업은 물론이고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이나 벤처기업 투자 등 신사업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1위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통신판매(중개)·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회사의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SK에너지는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플랫폼 사업은 공급자(사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사업을 뜻한다.
SK에너지는 전 세계 석유 수요 감소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이 아니라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석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친환경·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세차와 주차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과 제휴해 차량 관리 통합 플랫폼 '머핀'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SK에너지 주유소 이용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머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주유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세차, 주차, 정비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플랫폼 사업의 정식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플랫폼 사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기술 발달, 비대면 소비 활성화 등에 따라 플랫폼 사업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플랫폼 사업 진출은 현재 계획 단계이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주유소를 생활 편의 복합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개념을 담은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롯데렌탈과 손잡고 전기차 렌터카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차그룹과는 주유·충전·세차·정비 등 다양한 데이터 교류를 통해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울러 서울역 인근에 1970년부터 50년 가까이 자리한 '역전주유소' 사업장을 전기·수소차 충전소와 식당가, 편의시설 등이 어우러진 상업용 복합시설 '에너지플러스'로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에쓰오일은 미래 신기술 확보, 신사업 모색을 목적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나선다.
벤처 투자 분야는 정유·화학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나 신성장 동력이 될 잠재력이 큰 분야로 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공장 등 당사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나 소재 사업 등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가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유 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TC2C' 기술 도입을 포함한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타당성 검토 단계이며, 투자가 확정되면 석유·화학사업이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에쓰오일은 기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일찍부터 비정유 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한 것에 힘입어 올해 2·3분기에 영업 적자를 낸 다른 정유사들과 달리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또한 올해 3월 SK네트웍스[001740]의 주유소 인수를 계기로 주유소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정유 4사 모두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수소 충전소 설립 등 수소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한편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는 1분기 합산 적자 4조3천775억원, 2분기 적자 7천241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현대오일뱅크에 더해 GS칼텍스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은 적자 폭을 대폭 줄이며 업계 합산 2천941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여전히 약세인 데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회복하지 않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확인된 것처럼 정유 사업은 외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비정유 신사업으로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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