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흑인민권운동 대부의 복수인가…'보수텃밭' 조지아의 이변
28년 만에 민주당 후보 바이든 선택…트럼프·공화당에 충격적 패배
민주, 대선 전날 오바마 출격으로 공들여…상원 과반도 가져올지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1960년 이후로 남부 출신이 아니면 공화당 후보만 찍어주던 '보수 텃밭' 미국 조지아주가 이번 대선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근소한 차이로나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택한 것이다. 지난 7월 별세한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전 하원의원의 복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이 여세를 몰아 조지아주 결선투표 승리로 상원 다수당도 점하게 될지가 관심사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 미 언론은 일제히 조지아주 승자로 바이든 당선인을 지목했다.
초접전이 벌어지다 결국 재검표까지 들어간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1만4천여표를 더 얻어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의 손을 들어준 이후 조지아주가 민주당 후보를 택한 건 28년 만에 처음이다.
조지아주는 1960년 존 F. 케네디까지 줄곧 민주당 후보를 찍다가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그 이후 승리를 가져간 민주당 후보는 클린턴과 지미 카터밖에 없었다. 카터는 조지아 출신이고 클린턴도 남부로 분류되는 아칸소주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엔 충격적인 패배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조지아의 이변을 두고서는 '죽은 루이스가 산 트럼프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별세한 흑인 민권운동의 거물 루이스 전 하원의원의 지역구가 있던 애틀랜타 주변 클레이턴 카운티에서는 9만5천표가 넘는 85%가 바이든을 찍었다.
루이스 전 의원은 생전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비난했고 취임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걸핏하면 루이스 의원을 조롱하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WP는 최근 루이스 전 의원 지역구 주민들이 바이든에 몰표를 던진 현상을 다루며 '신의 복수'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구유입을 통한 정치적 지형 변화와 교외 지역 백인 유권자의 '변심'도 배경으로 꼽힌다.
NYT는 "애틀랜타의 흑인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했고 애틀랜타를 둘러싼 교외 지역의 백인 유권자 민심을 바이든이 뒤집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아 출구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88%가 바이든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지아의 백인 등록 유권자가 줄어든 반면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 인구가 늘었다고 전했다.
조지아의 이변을 위해 바이든 캠프도 공을 많이 들였다. 대선 일주일 전에 바이든이 직접 유세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대선 이틀 전 조지아를 찾아 흑인 표심을 공략했다.
대선 전날엔 민주당의 최종병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애틀랜타에 출격했다.
트럼프 대통령 쪽도 만만치 않았다. 본인과 자녀가 잇따라 조지아를 찾았고 6월 이후 TV 광고에만 1천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캠프가 바이든 캠프보다 TV광고에 돈을 더 많이 쓴 몇 안 되는 주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관심은 이제 조지아 결선투표에 달린 상원 선거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무소속 포함)은 전체 100석 중 각각 50석과 48석을 차지했다.
조지아에 걸린 상원의원 2석은 이번에 과반 득표자가 없어 1월 결선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공화당이 1석이라도 얻으면 상원 과반을 유지하는데 민주당이 2석 모두를 가져와 50석이 되면 상원 의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돼 있어 민주당이 과반이 된다.
지난 3일 선거에서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상원의원이 49.7%,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가 48%를 얻었다. 켈리 뢰플러 공화당 상원의원은 25.9%로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32.9%)에 뒤졌다.
1월 5일 결선투표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조지아 승리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NYT는 "조지아의 드라마는 끝나려면 멀었다"고 평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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