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나발니 진단명은 췌장염"…'독극물 중독' 주장 반박

입력 2020-11-07 00:55
러 당국 "나발니 진단명은 췌장염"…'독극물 중독' 주장 반박

경찰, 수사 결과 발표…"검체·소지품서 독극물 성분 발견안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수사당국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서 치료를 받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증상에 대해 췌장염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서방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독극물 중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나발니 사건을 수사해온 러시아 내무부(경찰청) 시베리아연방관구 교통국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 의사들이 여러 차례 실시한 화학-독극물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나발니에게) 탄수화물 대사 장애,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장애를 동반한 만성 췌장염 등의 진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독' 진단은 임상, 화학-독극물 검사 등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내무부는 나발니의 부인이 러시아 의료진에 전한 바에 따르면 나발니는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왔으며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했고, 사건 전 3~5일 동안은 식사 뒤 불편을 호소했었다면서 탄수화물 대사 장애 가능성을 강조했다.

내무부는 또 나발니의 검체나 옷가지, 그가 묵었던 호텔과 머물렀던 공항 카페 등에서 수거된 물건들에서도 독극물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러시아 당국 발표는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서방측 결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초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 병원에 입원했던 나발니는 이틀 뒤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해 지난 9월 말 퇴원한 뒤 현지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이 사용됐다는 "의심할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옛 소련 시절에 개발된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러시아 옴스크 병원과 당국은 그러나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중독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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