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3개월] ③ 전문가들 "전세난 심화…제도 개선 생각해야"

입력 2020-11-01 07:27
[임대차법 3개월] ③ 전문가들 "전세난 심화…제도 개선 생각해야"

"등록임대사업자 세금 감면으로 공급 활로 터야"

'주택임대차보호법 근본적인 개선'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지난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을 시행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새 주임법 시행 이후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쉽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1일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계약 갱신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 출회가 줄어드는 데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월세 전환도 꾸준하다"면서 "서울과 세종, 울산 등지의 경우 아파트 신규 입주도 많지 않아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증가로 전세 수요는 느는데 기존 전세 세입자는 눌러앉으려 하고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나오는 몇 개의 전세 매물로 세입자들끼리 싸우고, 갱신을 앞둔 세입자와 집주인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새 주임법 시행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과 분쟁, 소송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집주인은 전월세상한제에도 불구하고 갱신 시 보증금을 더 높게 요구하는 '배짱호가'를 내놓고 있고, 일부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빌미로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임차인의 거주를 4년 동안 보장하면서 오히려 이동의 자유나 임대차 시장의 순환이 큰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주임법이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 사생활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임법 개정 이후인 지난 8월과 10월 시행된 두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새 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각각 49.5%, 48.1%로 찬성률보다 높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단기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등록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임대차 시장 정책의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감면 대책을 통해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현 임대차 시장의 전세난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도 "현재의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을 늘려야 한다"며 "등록임대사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낮춰 물량을 매도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등록임대주택은 160만7천여가구로,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합친 물량(29만6천가구)의 약 5.5배에 달한다. 권 교수는 "주택이 있는데 돌지(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 전월세난의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새 주임법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인만 소장은 "정부가 현실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는데, 자기들만의 기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니 시장 왜곡이 더욱 심해지는 꼴"이라며 "새 임대차법의 소급 적용과 5% 상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계약갱신청구권보다 최단 존속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