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람'에 산불 확산…미 한인 거주지 10만명 대피령(종합2보)
산불 현장에 시속 112㎞ 강풍…소방관 500여명 긴급 투입·2명 화상
"전력회사의 전선 장비서 발화했을 가능성"
"한인 피해 신고사례 없어"…LA총영사관, 재외국민·동포 신속 대피 촉구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김유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 10만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어바인 인근 산티아고·실버라도 캐니언에서 이날 오전 '실버라도 파이어'가 발생해 현재까지 약 29㎢를 태웠다.
또 어바인 북쪽 요바린다에서도 '블루 리지 파이어'가 발화해 12.2㎢의 산림이 불탔다.
오렌지 카운티는 강풍을 타고 갑작스러운 산불이 발생하자 산티아고·실버라도 캐니언 지역에 있던 9만 명과 요바린다 지역 내 최소 1만 명을 대상으로 강제 대피령을 내리고, 화재 현장에 500여 명의 소방관을 투입했다.
당국은 산불 현장과 가까운 241번 도로를 폐쇄했고, 긴급 대피소를 설치했다.
소방관 2명은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중 각각 전신에 2도,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고,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은 캠퍼스를 폐쇄했다.
오렌지 카운티 소방서는 "산불이 주택가를 침범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즉각적인 대피를 촉구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한인들의 피해 사례가 신고된 것은 없다고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과 현지 한인회는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오렌지 카운티 산불 현장에서 주민들의 인명·재산 피해가 보고된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총영사관은 "산불로 인한 대기질 오염도 우려되기 때문에 오렌지 카운티의 산불 인접 지역 주민들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번 산불이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고 전했다.
샌타애나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주 해안으로 부는 건조한 가을철 바람을 말한다. 이 강풍은 때로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 바람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산불에 대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전력회사의 전선 장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에디슨(SCE) 측은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전선 장비에서 발생한 불꽃이 이번 산불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 밝혔다.
SCE는 여러 통신 전선을 한데 묶어 두는 고정용 와이어에서 1만2천 볼트 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날 SCE가 강풍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오렌지카운티 등 5개 카운티 내 약 3만8천 가구의 전력 공급을 차단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로 미 공공시설위원회(PUC)에 제출됐다.
미국 기상청은 27일 오후까지 샌타애나 강풍으로 산불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산불 적기(赤旗)' 경보를 내렸으며 LA 카운티와 벤투라 카운티의 일부 지역에서는 시속 80마일(128㎞) 강풍이 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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