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 라이더 사실상 노동자로 인정한다…권리 보호 협약
플랫폼 노동 포럼, 6개월 만에 1기 '배달 서비스' 합의문 발표
업무 배분 기준 공개 등 노사 합의 담겨…상설기구 설치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배달 플랫폼 기업과 배달 기사 측이 안전하고 공정한 배달 서비스 운영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플랫폼 노동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노동법의 구멍을 노사가 우선은 자발적인 협약으로 메우고,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어서 정부에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1기 '배달 서비스' 관련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포럼은 올해 4월 1일 출범했고, 1기는 배달 분야를 다루기로 했다. 6개월 동안 총 5차례 전체회의, 7차례 간사회의를 열었고 이날 6번째 전체회의 겸 협약식을 열어 최종 합의문을 의결했다.
합의문에는 이번 규율의 대상이 되는 배달 서비스의 정의, 플랫폼 노동과 노동조합의 정의부터 공정한 계약 체결의 원칙, 후속 과제 등 노사가 앞으로 준수해야 할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협약의 핵심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의 '고용자' 입장에 있음을 인정하고, 종사자를 '노동자'(근로자)의 지위로 인정하는 데 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 같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노사 관계임을 인정하기로 것이다.
협약에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있으며, 기업은 이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이 배달 종사자에게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하며, 경력·운송수단·지역 등 차이에 따라 업무를 다르게 제시할 경우 관련 기준을 종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배달 배분이 알고리즘에 맡겨져 불투명하다는 배달 노동자 측의 문제 제기가 일부 반영된 결과다.
기업은 월급제 등 정규적 고용 필요가 있을 때 기존에 플랫폼을 통해 근무하던 종사자를 우선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기업이 플랫폼 종사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 및 보호 장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 기업의 안전 관리 책임 관련 조항도 명시됐다.
종사자가 배달하다가 인격적 모독이나 폭언을 당하지 않도록 기업이 보호해야 한다는 점, 기업이 심야·혹한·혹서기 등 악천후나 감염병 위기를 대비한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미한 부분이다.
합의문에는 배달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에게 빠른 배달을 압박하거나 종사자의 귀책이 없는 배달 시간 지연을 이유로 제재하지 않으며, 위험한 속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배달 플랫폼 노사는 이번 협약 사항을 유지·발전하기 위해 3개월 안에 상설협의기구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상설합의기구에서는 배달료 기준 및 체계 개선방안, 공정한 업무 배분을 위한 정책·기술, 배달 서비스 직업 훈련 인프라 구축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배달 플랫폼 노사는 배달서비스업 관련 법률 제정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노동자 안전·권익을 위한 정책 마련, 고용보험·산재보험 확대·개편 등 사회안전망 체계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번 협약은 (플랫폼 노사가) 앞으로 논의할 공식적인 의제를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안전배달료, 업무 배분, 모든 라이더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 등이 원칙적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민간에서 처음으로 노사가 자발적인 협약을 마련했다는 점이 뜻깊다"며 "한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가 실효성 있는 정책에 반영돼 노동자분들의 안전과 권익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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