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유엔총회 연설서 남중국해 긴장 완화 촉구
미중 등 강대국 향해 "코끼리들이 싸우면 짓밟히는 것은 풀"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이례적으로 유엔의 역할을 평가하면서도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자국의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적극 옹호했다.
23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안정과 신뢰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정학적인 긴장들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코끼리들이 싸울 때 납작하게 짓밟히는 것은 풀"이라고 말했다.
또 "경쟁자들의 규모와 군사력을 고려할 때 말싸움이 실제 핵무기와 미사일 전쟁으로 악화할 경우 입게 될 인명과 재산에 대한 끔찍한 피해를 상상하고 기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중국해, 한반도, 중동, 아프리카의 이해 당사국들에 아직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서로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이 판결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실리 외교 등을 명분으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문제는 제쳐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과 대비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유엔 기구를 비난해왔던 것과 달리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유엔의 역할을 평가한다"면서 "오늘날과 미래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엔에 권한을 부여하고 개혁하자"고 역설했다.
그러나 자신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본격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경찰 등이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 방어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많은 이익단체가 인권을 무기화해 많은 지지를 받아 선출됐고 여전히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민주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한다"면서 "필리핀 정부는 마약과 범죄, 테러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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