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패닉 6개월] '동학 개미' 국내 증시 주축으로

입력 2020-09-20 06:30
[코로나 패닉 6개월] '동학 개미' 국내 증시 주축으로

6개월간 코스피 26조 순매수…외국인 제치고 주가 움직임 주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김태종 이지헌 기자 =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기에 힘입어 코로나19 폭락장을 딛고 반등한 코스피는 어느새 연고점 수준까지 상승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연저점 1,457.64을 기록한 3월 19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약 6개월간 65.50% 오르고, 코스닥은 연저점 428.35에서 107.51% 상승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26조986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조9천535억원, 12조3천74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이 9조6천516억원을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천706억원, 5조5천331억원을 순매도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하는 데서 더 나아가 끌어 올린 셈이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행렬에 맞선 개인의 순매수를 빗대어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개미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는 주로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에 몰렸다.

3월 초부터 지난 18일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로 순매수 금액은 4조8천35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2조2천356억원, 기관이 2조8천962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운 물량을 개미들이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금액 1위 종목이다.

또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000660](1조9천457억원), 삼성전자우[005935](1조9천286억원), 현대차[005380](1조7천591억원), 카카오[035720](1조7천580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이름을 올렸다.

[표] 코스피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3월 1일∼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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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명 │거래량(주)_순매수 │거래대금(원)_순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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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102,728,483 │4,834,951,50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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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4,813,653│1,945,695,738,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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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우 │43,088,221│1,928,556,362,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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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6,162,694│1,759,083,083,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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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5,664,447 │1,757,950,44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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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6,612,137 │1,757,044,845,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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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4,557,019 │1,159,105,678,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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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839,681 │998,250,36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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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46,745,561│940,672,367,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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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31,484,829│890,633,098,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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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이런 주식 투자 열기를 반영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5조6천630억원으로 작년 말(27조3천933억원)의 약 2배로 불어났다.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 63조원대까지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동학 개미 운동'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에 개미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외국인이 수급을 주도해온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수급 주체로 자리 잡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 국내 주가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결정됐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결정에 가장 큰 주도권을 갖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은 최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과거 급락장 학습효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 금리는 0%에 가까운 상황에서 괜찮은 투자처를 찾는 돈이 대거 증시로 몰리고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일단 시중에 큰 유동성이 있으니 이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여기에 과거에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때 저가 매수를 해두면 수익률이 상당히 괜찮았던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식 투자 열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자금이 마땅히 갈 만한 투자처가 없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최소 내년 연말 정도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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