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분열 이면에는…"진정한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

입력 2020-09-05 07:00
의료계 분열 이면에는…"진정한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

"내부 반대 목소리 뭉개지 말고 토론·설득 문화 만들어야"

"이익단체가 아닌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야" 자성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의료계가 대정부 협상 과정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건 내부 리더십과 소통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5일 "의사 사회에는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을 주도할 '진정한 리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내부 조율 기능이 없다 보니, 외부에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최소 합의 수준인 강경 일변도의 파업만 이어갔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 등 외부와 협상을 하려면 결국 무언가를 양보해야 하는데, 어디서 물러날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선 협상 테이블에 누가 앉던 비난을 면치 못한다"고 설명했다.

범투위(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에서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전날 정부·여당과 합의에 이르자 젊은 의사들이 "독자적 행동"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데 대한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집단 진료 거부에 동참할 수 없었다고 밝힌 한 대학병원 전공의도 "의료계의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젊은 의사들이 강경한 투쟁 방식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교수님들과 다 같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수련병원 구조 속에 있다"면서 "교수님들마저 지지하고 나서는 파업을 지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들도 시험 족보 공유부터 원하는 과 지원까지 선배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전공의·전임의 선배들의 압력을 심하게 느끼며 국가고시 거부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강경파의 목소리만 커진 젊은 의사들과 사실상 집단 휴진으로 얻는 것이 없는 개원의들이 발을 맞추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만일 의사들이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려고 한다면 내부 의견수렴 과정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게 먼저"라면서 "내부 반대 의견을 뭉개지 말고 토론과 설득이 우선하는 문화를 마련해 이익단체가 아닌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을 위한 약사회, 건강세상을 위한 치과의사회, 청년한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등 보건의료 직능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공공의료위원장을 맡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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