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콜린제, 인지기능 저하 위험↑"

입력 2020-09-04 09:28
"항콜린제, 인지기능 저하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레르기, 불면증, 과민성 방광, 우울증 등 상당히 폭넓은 질환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콜린제(anticholinergic agent)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대의 리자 델라노-우드 신경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노인 688명(평균연령 74세)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3일 보도했다.

이들은 연구 시작 땐 모두 사고력,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정상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3개월 이전에 항콜린제를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이상 복용한 일이 있는지를 묻고 최장 10년 동안 매년 한 번씩 인지기능 테스트를 시행했다.

항콜린제는 종류에 따라 항콜린 작용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연구팀은 개인별로 항콜린제의 복용 횟수, 복용 용량, 약물의 강도(strength)를 종합, 전체적인 누적 효과를 산출했다.

전체 연구 대상자 중 3분의 1인 230명이 항콜린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복용하는 항콜린제는 1인당 평균 4.7 종류였고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었던 항콜린제는 메토프로롤, 아테놀롤, 로라타딘, 부프로피온이었다.

이들중 51%인 117명이 나중에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진단을 받았다.

항콜린제를 복용한 일이 없는 나머지 458명 중에서는 42%인 192명이 MCI 판정을 받았다.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들과 심장질환 병력, 우울증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항콜린제를 최소한 한 가지 복용한 노인은 복용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MCI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항콜린제 노출 정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변이 유전자(ApoE4)를 가지고 있는지와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검사를 통해 치매 위험 생물표지(biomark)를 지니고 있는지도 검사했다.

그 결과 뇌척수액 속에서 치매 위험 생물표지가 발견된 노인 중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치매 위험 생물표지가 없고 항콜린제도 복용하지 않는 노인보다 MCI 위험이 4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가 없으면서 항콜린제를 복용하지 않는 노인보다 MCI 위험이 2.5배 높았다.

일부 항콜린제는 갑자기 끊으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다른 약으로 바꾸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항콜린제는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로 심박동 저하, 혈압강하, 방광 근육 수축, 호흡근 수축 등 부교감신경이 하는 일을 억제한다.

따라서 심장병, 우울증, 알레르기, 요실금, 불면증, 통증, 소화기 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고혈압, 파킨슨병, 멀미 등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항콜린 성분은 알레르기약이나 수면유도제 외에 일반 감기약에도 들어있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콧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9월 2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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