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로나 폭증 속 역대최악 24% 역성장 '이중고'
신규 확진자 연일 세계최다 비상
봉쇄 추가해제로 확산세 악화 공포
2분기 경제성장률 -23.9% 대란
전문가 "연말 돼야 경기회복 기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구 대국'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과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심각한 상황을 동시에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세계 최다 규모로 쏟아지는 가운데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1996년 이후 가장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인도 정부는 현재 방역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확산은 더욱 심각해지고 경제 회복은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8월에만 200만명…쏟아지는 코로나19 확진자
인도에서는 연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4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7일부터 5일 연속 7만명대 후반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 7만8천761명으로 발병 후 일일 기준 세계 최다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 2위인 미국과 브라질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1만∼4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춤한 반면 3위 인도는 여전히 폭증세인 셈이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1일 "인도에서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거의 200만명의 확진자가 새롭게 발생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세계 각국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 2분기 경제성장률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
이런 상황 속에서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날아들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31일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23.9%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6년 인도가 분기별 경제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이후 24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주요 아시아 나라 중에서도 가장 나쁜 수준이다.
농업을 제외한 제조업, 건설업 등 모든 분야가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 사태 후 인도 정부는 여러 차례 대규모 경제지원안을 내놓고 금리를 인하했지만, 실업률은 급등하고 기업 도산이 속출하는 등 경기는 급속하게 하강 곡선을 그렸다.
현지 언론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분야까지 포함하면 실제 경제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문제의 주원인은 봉쇄 정책
인도가 이처럼 유례없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확산 억제 관련 봉쇄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 3월 25일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막겠다며 매우 강력한 통제 조치를 도입했다.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공권력을 동원해 주민 외출과 비즈니스 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것은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천만 명의 이주노동자 문제였다.
이들 중 수백만 명은 봉쇄령을 뚫고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인도 전역으로 확산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경제가 치명타를 맞고 주저 앉았다.
앞서 올해 1분기(3.1% 성장)가 포함된 인도의 2019∼2020 회계연도(매년 4월 시작) GDP 성장률도 4.2%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 '방역 대신 경제'…통제 완화로 바이러스 폭증 우려
문제는 이 와중에 인도 정부가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통제를 더욱 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부터 봉쇄령을 차례로 해제한 인도 정부는 이달부터 지하철 운행 재개 등 통제 조치를 더 완화할 방침이다. 국제선 운항, 학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일상 생활에는 거의 제약이 없게된 상황이다.
특히 연방정부는 주 정부의 자체 봉쇄 조치에 제한을 두면서까지 봉쇄 해제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바이러스학자인 샤히드 자밀은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등의 지침을 잘 따르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는 당국의 방역 관련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 빠른 경제 회복 어려워…연간 경제성장률 41년 만에 마이너스 전망
설상가상으로 경제도 정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조업 같은 2차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저소득층 비중이 큰 탓에 수요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 투자정보업체 ICR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디티 나야르는 이코노믹타임스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일부 주(州)에서 봉쇄를 이어간다면 2020∼2021회계연도의 경제성장률은 -9.5%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인도는 1979∼1980회계연도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기업 신용 평가 전문가인 산카르 차크라보르티도 "감소 폭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다음 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은 돼야 인도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찬드라지트 바네르지 인도산업협회(CII) 사무총장은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에 힘입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부터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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