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 2배 넘는 미국·독일 중고차시장…한국은 1.2배

입력 2020-08-30 08:58
신차 시장 2배 넘는 미국·독일 중고차시장…한국은 1.2배

완성차 업체가 신차급 중고차 함께 판매, 인증 중고차 거래 활발

이력정보 제공업체·잔존가치 제공업체·인증 전문기관 등 관련 산업 발달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계속 막아야할지, 산업 변화를 유도해야할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생존권을 주장하지만 지난 7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하는 동안 산업 발전이나 소비자 만족이 답보상태였다는 점에서 변화 목소리도 크다.

미국과 독일에 비하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규모도 작고, 연관산업 발달이 미흡한 상태다. 허위·불량 매물, 성능 조작, 불투명한 가격 설정 등으로 인해 불신이 높은 문제는 아직 안풀렸다.



◇미국·독일 중고차 시장, 규모 크고 관련 산업 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고차 거래가 4천81만대로 신차 구입(1천706만대)의 2.4배에 육박했다. 독일도 중고차 시장 규모가 719만대로 신차(360만대)의 2배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중고차 판매대수(224만대)가 신차(178만대)의 1.2배로 조금 많은 수준에 그쳤다.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의 파생시장이라고 치부하기엔 규모가 크다.

지난해 미국 중고차 거래액은 8천406억달러(약 996조원)로 신차(6천365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신차 판매대수가 2015년 대비 2.4% 감소한 반면 중고차는 9.6% 증가하며 성장했다.

독일도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 대수가 2배 이상으로 유지됐다.

미국과 독일은 중고차 시장 구조도 다층적이다.

미국은 중고차 판매처만 해도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파는 완성차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는 독립 딜러와 온라인 업체, 중고차 대량 매각 알선업체(리마케터), 중고차 매매 알선업체(브로커), 중고차 경매장 등으로 다양하다.

중고차 매매와 관련해서도 중고차 이력과 상태 정보 제공업체, 잔존가치와 시세 정보 제공업체, 재고와 고객 관리 등 통합 솔루션업체, 시험·인증 전문기관 등 다양한 사업이 있다.

독일에도 1866년에 설립된 티유브이 슈드와 1925년에 생긴 데크라 등의 차량 평가와 검사·인증기관, 슈바케 등 잔존가치 평가업체들이 발달해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차량 상태 점검, 중고차 재고 관리 등의 IT솔루션과 데이터 분석, 신차급 중고차를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등으로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인증 중고차·정확한 정보로 소비자 신뢰 높여

미국과 독일에서 중고차 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고객 신뢰가 깔려있다.

미국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매장에서 신차와 인증 중고차를 동시에 판매한다.

인증 중고차는 5∼6년 안팎 중고차를 정밀 점검, 수리하고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신차급 중고차'다.

완성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는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비율이 5∼6%에 불과하지만 다른 중고차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도 낸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중고차 딜러 연합회인 '전미독립자동차딜러협회(NIADA)'와 미국 최대 중고차 판매회사인 '카맥스' 등도 자체 성능점검 체계를 갖추고 인증 중고차를 판다.

또, 차량 이력과 잔존가치 등에 관한 정보가 풍부해서 여러 업체에서 시세를 확인하고 적정가에 중고차를 살 수 있다.

차량 이력 보고서는 무료로 제공된다. 완성차 브랜드는 가격이 비싼 카팩스 리포트를, 카맥스와 온라인 중고차 판매 1위 업체인 카바나는 오토첵의 보고서를 보여준다.

카팩스에서는 자동차 고유 넘버만 넣으면 명의자 변경, 보험 처리된 사고 수리, 개인 정비·수리, 제조상 결함과 리콜 등 내역과 명의자별 주행거리,택시와 렌터·리스카 사용, 폐차 판정 여부 등의 정보가 담긴 보고서가 나온다.

100년 이상 역사의 '켈리블루북(KBB)'과 '트루카', '애드먼즈닷컴' 등에서도 공신력 있는 시세와 잔존가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완성차 브랜드들이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점검하고 보증기간을 최대 2∼3년 연장한 뒤 판다.

◇동반성장위 부적합 의견 후 논란 지속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26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초청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필요성과 현대차[005380] 진출 저지 당위성을 토론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최근 "불신이 너무 깊어 서로 의심하는 단계가 되면서 대기업에 중고차 시장을 허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극단적 의견이 있지만 대기업 진출을 공식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선언한 완성차 업계에서는 수입차 브랜드와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SK 등 기존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빠져나왔지만 매출이 수조원대인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이 허용됐다.

완성차업계는 국산차 소비자들은 인증 중고차를 이용할 수 없어서 허위·불량 매물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