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41㎞ 허리케인에 미 남부 해안 쑥대밭…최소 6명 사망(종합)

입력 2020-08-28 10:57
수정 2020-08-28 18:04
시속 241㎞ 허리케인에 미 남부 해안 쑥대밭…최소 6명 사망(종합)

88만 가구 정전사태…당국 "재앙적 피해는 아니나 큰 타격"

'보존 결정' 남부연합 기념비 두동강…"역대 가장 강한 바람 몰고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초강력 허리케인 '로라'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 해안 지역을 강타하면서 곳곳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리케인 로라로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사망했고, 88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시속 241㎞ 강풍을 동반한 4등급 위력의 로라는 이날 새벽 1시께 상륙해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일부 지역을 할퀴고 내륙으로 북상했다.

사망자는 허리케인이 관통한 루이지애나주에서 나왔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주택가를 덮치고, 화재와 보트 전복 사고까지 겹치면서 14살 소녀와 68세 노인 등 6명이 숨졌다.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주에서는 전봇대가 줄줄이 쓰러지고 송전선이 끊기면서 88만 가구가 '블랙아웃'(정전) 상태에 놓였고, 수만 가구에 수도 공급도 중단됐다.



로라 이동 경로에 있던 인구 8만명의 루이지애나주 산업도시 레이크찰스는 강력한 비바람에 쑥대밭이 됐다.

수많은 가옥과 상점이 강풍에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다. 건물 지붕과 차량이 힘없이 날아가고, 22층 고층빌딩의 창문이 바람에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상륙 당시 로라의 최고 풍속은 시속 150마일(241.4㎞)로,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몰고 온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레이크찰스 주민 브렛 게이먼은 "어제만 해도 멀쩡하던 집들이 지금은 사라졌다"며 "1천개의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고 상륙 당시 허리케인의 위력을 전했다.





허리케인에 시설이 파손된 레이크찰스 화학공장에서는 염소가 유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지 당국은 주민들에게 유독 가스 피해를 막기 위해 문과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끄라고 명령했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 단체가 철거를 요구해왔던 레이크찰스 법원 앞 남부연합 기념비는 상단 조각상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두동강이 났다.

레이크찰스 당국은 2주 전 배심원 투표 절차를 거쳐 기념비를 보존하기로 결정했으나 공교롭게도 허리케인이 기념비를 무너트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정부는 초기 집계 결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며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재앙적 수준의 피해는 없었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부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것을 우려해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고 자택에 머물러 당국은 이들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루이지애나 재난 당국은 "피해 지역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빨리 구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홍수와 도로 파손 등으로 현장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상륙에 앞서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주는 주민 58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많은 사람이 주 정부에서 제공한 호텔 객실과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로라는 상륙한 지 11시간이 지나 열대성 폭풍으로 약해졌지만, 시속 80㎞의 비바람을 품고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경고했다.

NHC는 로라가 아칸소, 미시시피, 테네시, 미주리 지역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 지역에 5∼10인치(약 120∼250㎜)에 달하는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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