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디지털식민지 된다"…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우려 고조(종합)

입력 2020-08-27 15:01
"이러다 디지털식민지 된다"…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우려 고조(종합)

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사업자 부담,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것"

"국내 기업 역차별, 개발 혁신도 지장…관계부처 협동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구글이 애플처럼 모든 앱에 인앱결제(앱 내 결제)와 결제 수수료 30%를 강제하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부담까지 증가할 거라는 학계 우려가 나왔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에서 개최한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과 로컬 생태계' 특별 세미나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김 교수가 인용한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65%가량을 구글이 가져가고 있다. 애플이 25%, 원스토어가 1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간다. 다만 구글은 애플과 달리 그동안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해왔다. 음악·웹툰 등 게임 외 콘텐츠는 자체 결제 수단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근 구글도 애플처럼 결제 정책을 바꿔서 모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콘텐츠·IT 업계에서는 "사실상 '앱 통행세'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국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정환 교수는 구글이 결제 정책을 애플처럼 변경하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콘텐츠·게임업체 12곳과 인터뷰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콘텐츠 사업자들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구글의 정책 변경은 생태계 내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할 것"이라며 "사업자들이 수익에 타격을 받는 부분은 고스란히 가격에 연동될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부과된 수수료가 이용자에 그대로 전가될 가능성이 100%"라고 우려했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시장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 구글에 개별적으로든 공동으로든 대응하기는 어려우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김 교수는 "사업자들은 '디지털 식민지'가 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규제 관점에서 보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애플과 다르게 개방적 정책을 표방하면서 시장 내 지위를 확보했던 구글이 책임감 있게 접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며 "공정위가 구글 자사 앱 선탑재 문제 등을 같이 조사하는 등 관계 부처의 협동 작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만 14∼49세 남녀 508명을 설문조사하고 7명을 심층인터뷰(FGI)해 분석한 '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참여자들은 모바일 앱에 한달 평균 2만830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모바일 콘텐츠 가격 인상은 10% 미만(78.3%)이나 20% 미만(10.3%)일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모바일 콘텐츠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를 경우 '앱을 지우겠다'(37.8%), '다른 앱을 찾겠다'(33.3%)며 해당 콘텐츠를 이탈하겠다고 답한 참여자가 많았다.

콘텐츠 이용자들 역시 구글의 30% 수수료는 과도한 편(86.7%)이라고 반응했으며, 구글의 정책 변경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59.8%)이 '공정하다'는 비율(8.9%)보다 7배 많았다.

구글 수수료 정책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비율(58.5%)이 '필요 없다'는 비율(12.5%)보다 약 5배 많았고, 참여자의 59.4%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제학자인 문성배 국민대 교수는 토론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구글·애플이 소비자 구매 정보를 다 가져가서 유사 앱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탓에 잠재적 개발자의 시장 진입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모바일·PC·TV를 넘나드는 '끊김없는 서비스' 혁신 추세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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