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관세' 임박…베트남에 시범타 정조준

입력 2020-08-26 13:21
트럼프 '환율관세' 임박…베트남에 시범타 정조준

재무부, 베트남 '조작' 판정해 상무부 통보

"환율은 불법 보조금" 신형관세 부과 절차

환율관찰대상국 등 주요 교역국 긴장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 상대국들에 경고해온 환율 상계관세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베트남이 지난해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4.7%가량 의도적으로 절하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상무부에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무부는 베트남에서 수입한 자동차 타이어에 대해 상무부가 진행한 불법 보조금 조사의 연장선에서 이런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의 통화가치가 떨어진 것은 베트남 정부가 환율에 대한 조처를 했기 때문이라고 판정했다.

재무부는 베트남이 베트남 중앙은행(SBV) 등을 통해 220억달러를 매입해 베트남의 실질실효환율을 3.5%~4.8%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자국통화 가치를 고의로 낮추는 국가의 상품을 수출 보조금을 받은 상품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물리는 법규를 마련했다.

상무부는 수출을 늘리려는 환율 조작에 대한 판정을 재무부로부터 건네받아 관세부과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은 베트남이 환율 상계관세의 첫 적용 사례가 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며 관세를 주요 수단으로 삼아왔다.

환율 상계관세의 도입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 전체와 전 상품을 표적으로 삼을 토대를 마련했다.

베트남에 대한 환율관세 절차가 본격화함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로서는 대미 교역에서 긴장이 더 높아지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베트남이 이번 판정에 따라 재무부가 매년 2차례 펴내는 '주요 교역상대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내다봤다.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상무부의 환율 상계관세와는 별개 사안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시정을 요구하고 1년 동안 개선되지 않을 때 투자제한을 비롯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재무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최신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무부는 중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베트남, 스위스 등 10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관찰대상국은 조작국은 아니지만 감시가 필요하다고 보는 국가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관찰대상국들이 환율 상계관세가 부과될 우려가 다른 국가들보다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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