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10가구 사는데…미얀마 로힝야족, 코로나 확산에 우려
봉쇄 조치했지만 열악한 환경에 사회적 거리 두기 '불가능' 지적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미얀마 내 이슬람계 로힝야족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13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서부 라카인주 주도인 시트웨 지역 인근의 캠프에 갇혀있다시피 생활하는데, 이곳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24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추가로 1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463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모두 시트웨 지역 출신이다.
지난 16일 코로나19가 재발한 뒤 라카인주에서 72명의 지역감염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시트웨 지역에서 나왔다.
보건 당국은 이에 따라 지난 20일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시트웨 지역 주민에게 자택 격리 조처를 하고 21일부터 야간 통행 금지령을 발령했다.
로힝야족인 쿄쿄는 통신에 "우리는 잊힌 채 살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트웨 당국은 최근 로힝야족들이 거주하는 캠프를 방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나눠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10가구가 집 한 채에서 끼여 사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쿄쿄는 로힝야족이 집 안에서만 갇혀 있다면서 "봉쇄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미얀마인들의 시선이 더 곱지 않게 되면서 로힝야족은 난처한 상황이다.
한 라카인주 의회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재확산은 로힝야족 때문이라고 비난했다가 게시물을 내리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발생한 므락우 지역 캠프 대표인 흘라 마웅우는 음식 기부가 중단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통신에 "우리는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지면 도망갈 곳도 없다"며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수 세대를 거쳐 살고 있지만 '벵갈리'(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를 뜻하는 말)로 불리며 시민권도 없이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대부분 캠프에서 사는 이들은 이동의 자유 또는 제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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