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네수엘라 동결자산 풀어 마두로 축출 재점화

입력 2020-08-21 10:41
미, 베네수엘라 동결자산 풀어 마두로 축출 재점화

구호물품 보내 마두로 퇴진운동 '불씨 살리기'…국회의원에 밀린 급여 지급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그동안 동결해둔 베네수엘라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에 미국에 동결돼 있던 베네수엘라 자금 3억 달러(약 3천,555억원) 이상을 마두로 축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중 2천만 달러(237억원)는 국제 보건 단체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구호 물품을 보내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다 생활고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마두로 퇴진 운동이 동력을 상실한 데 따라 여기에 다시 불씨를 붙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6만5천명의 최전방 의료 종사자들에게 전자 결제로 한 달에 100달러(12만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평균 월급의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베네수엘라 국회의원들에게 그동안 밀린 급여 2년 치를 지급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이들 의원은 2016년부터 마두로 대통령 때문에 급여가 끊긴 상황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마두로 반대파를 지원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오는 12월 베네수엘라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것을 앞두고 이같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제재령을 어기고 베네수엘라에 연료를 실어나르는 국가를 색출해 마두로 정권의 숨통을 조인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8년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신 야권 지도자이자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미국 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하고 마두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전방위 제재에도 마두로 정권이 건재하자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한 베네수엘라 자금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묶여있으며, 여기에는 베네수엘라 소유의 미국 에너지 기업인 시트고 및 베네수엘라 정부 자산 등이 포함됐다.

동결 자금에서 나오는 이윤은 미 재무부의 몰수 자금으로 편입되며, 이중 수억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으로 들어갔다고 W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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