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캐프리오 '아마존 파괴' 비난에 브라질 부통령·환경장관 발끈

입력 2020-08-20 09:45
디캐프리오 '아마존 파괴' 비난에 브라질 부통령·환경장관 발끈

"아마존 실태 몰라…8시간 걸리는 정글 행진에 초청하고 싶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와 관련해 브라질 정부를 비난하자 부통령과 환경장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디캐프리오는 지난주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 증가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비난하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위원회를 이끄는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디캐프리오가 아마존 열대우림의 실태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서 그를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우랑 부통령은 "비평가이자 배우인 디캐프리오를 8시간 걸리는 정글 행진에 초청하고 싶다"면서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거대한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히카르두 살리스 환경부 장관도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디캐프리오가 재정적으로 브라질을 도왔다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 디캐프리오와 같은 돈 많은 예술인이 환경보호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환경정책만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디캐프리오는 지난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문제를 놓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논쟁을 벌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사태가 절정에 달한 지난해 8월부터 정부가 재정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데 반발해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이 일부러 불을 지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1월 말에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디캐프리오가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는 NGO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디캐프리오는 곧바로 성명을 내 "자연적·문화적 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브라질 국민을 높이 평가하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애쓰는 NGO들과 함께 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사태를 NGO 탓으로 몰아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했다.

두 사람의 공방에 마블 영화 속 헐크 배역을 연기한 미국 배우 마크 러팔로도 가세했다.

당시 러팔로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사태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반(反)환경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은 화재로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과학기술혁신부 산하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9천205㎢로 이전 1년간(2018년 8월∼2019년 7월)의 6천844㎢보다 34.5% 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나온 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브라질 지부는 성명에서 지난 1년간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이 축구 경기장 119만5천454개 넓이에 해당한다며 "열대우림 파괴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NPE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8만9천178건이었다. 2018년의 6만8천345건보다 30%가량 늘었고,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하면 2017년(10만7천439건)과 2015년(10만6천438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산불은 1만39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8천821건보다 18% 가까이 증가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프랑스령 기아나 등 9개국에 걸쳐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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