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미국 헤게모니 종언…안보리 부결이 증거"

입력 2020-08-18 17:19
이란 외무 "미국 헤게모니 종언…안보리 부결이 증거"

"미, 학교에서 작은 아이 괴롭히는 짓과 같은 행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끝나는 시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테헤란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해 '전환기의 세계-헤게모니의 종언'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주도권)는 더는 통하지 않는 세계가 됐다"라며 "'서방 이후'(post-West)의 세계 질서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미국의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부결됐다"라며 "미국은 겨우 한 표의 찬성밖에 얻지 못했고, 이는 유엔 75년 역사상 처음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보리 부결은 세계 질서가 더는 미국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증거다"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유지된 미국의 헤게모니가 실패하는 장면을 목도했다"라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또 이날 밤 국영 방송에도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실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미 행정부의 행태는 학교에서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짓과 같다"라며 "누군가 이를 막지 않으면 나중엔 모든 학생을 때리는 일을 당연히 여길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 "미국은 작은 나라인 이라크를 시작으로 이란, 동맹인 독일과도 문제를 일으켰다"라며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 유럽이 기권한 것을 보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미국과 유럽 사이에 틈이 생겼다"라고 주장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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