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사흘째 '불법대선 불복' 항의시위…EU는 제재 위협

입력 2020-08-12 16:47
벨라루스서 사흘째 '불법대선 불복' 항의시위…EU는 제재 위협

진압군, 시위대 향해 고무탄·섬광탄 발사…야권 후보 출국에 시위 격화

EU "벨라루스 불공정 선거…외교관계 재고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 곳곳에서 6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5)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수도 민스크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불법과 편법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내무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고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무군은 이날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섬광탄을 발사했으며, 일부 시위 참가자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소셜미디어에는 내무군이 차창을 깨고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을 끌어내 공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시위에서 2천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일부 경찰과 내무군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선거 무효를 주장하다 인접국 리투아니아로 급거 출국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가 사실상 추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가 격화했다.

시위대는 티하놉스카야가 벨라루스를 떠났지만, 이로 인해 시위가 멈추진 않을 것이라면서 "루카셴코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외쳤다.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카야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출마해 루카셴코 대통령과 맞붙었다.

그는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서 "자녀의 안위를 위해 출국했다"면서 뒤이어 올린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시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측근들은 그가 벨라루스 정부의 압력에 의해 해당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인터넷 차단도 3일째 이어졌다.

이는 시민들의 시위 조직을 방해하고, 실종된 가족과 친척의 행방을 알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이에 유럽연합(EU)도 벨라루스 대선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제재 복원을 시사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EU의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회원국들을 대표해 벨라루스의 대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폭력과 부당한 체포 및 선거 결과 조작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루카셴코 정권이 시위대에게 "불균형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가했다며 벨라루스와의 관계를 재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보렐 대표는 아울러 시위 도중 체포된 활동가 수천 명의 석방도 함께 요구했다.

앞서 EU는 루카셴코 정권 연계 인사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왔으나, 2016년 벨라루스 정부의 정치범 석방 이후 상당 부분을 해제했다.

그러나 여전히 무기 금수 조치와 일부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이동 금지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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