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2017년 북 핵실험 당시 군사작전 실제 거론"
CNN 안보 전문 기자, 신간서 공개…"현실적이라고 생각한 이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2017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군사 옵션' 논의가 있었다고 CNN의 국가 안보 전문 기자가 새 책에서 밝혔다.
짐 슈토 CNN 기자는 10일(현지시간) 출간한 책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Madman Theory: Trump Takes on the World)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협박이 단순 엄포는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그 무렵 10개월에 걸쳐 16번의 시험을 통해 모두 23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특히 8월과 11월에 한 ICBM 실험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런 정황 하에 미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부에선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두고 사적인 논의가 있었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군사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슈토 기자의 설명이다.
이 논의는 이후 소위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슈토 기자는 그러나 당시 자신이 아는 군사 관계자 중 이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한적인 공격이라고 해도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으로 가는 첫 공격이라고 받아들일 테고, 무엇보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한국의 인명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다.
이로부터 몇달 뒤인 2018년 초, 하와이에서 탄도 미사일이 날아온다는 잘못된 경보가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달된 사건은 미 당국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었지만 북한에도 깊은 우려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슈토 기자는 기술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오작동 여부를 판별할 보완시스템이 없고, 오작동 때문에 진짜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윤 전 대표는 "어느 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일어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이런 사고로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2018년 1월 한국이 워싱턴에 대표단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이때 단순히 제한적 핵협상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달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했다.
저자는 윤 전 대표를 인용, "그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책은 한국과 북한이 함께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서도록 조율해낸 점이 놀랍다며 "그들은 북한이 포기하려는 것에 대한 기대를 부풀림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즉각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을 전쟁의 벼랑에서 물러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비핵화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며 어느 범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적 양쪽 모두에게 이용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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