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주 표적은 호흡계? 수용체 발현도 오히려 낮았다

입력 2020-08-06 15:33
신종 코로나 주 표적은 호흡계? 수용체 발현도 오히려 낮았다

150여 개 세포 유형별 면역조직 화학 검사 결과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 "ACE2 외 감염 경로 더 연구해야"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대유행)이 6개월 넘게 꺾이지 않는 가운데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과학 용어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해 인간 세포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게 이 수용체는 숙주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ACE2는 '앤지오텐신 1 전환 효소 2'(angiotensin I converting enzyme 2)라는 뜻을 가진 일종의 단백질이다.

그런데 폐를 비롯한 호흡계 기관이나 조직이 정상 상태일 땐 상피세포의 ACE2 발현이 오히려 제한적이라는 예상 밖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단백질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전령RNA(mRNA)'와 실제 단백질의 발현 수위에서 모두 같았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계를 가장 심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SD)이나 폐 유연조직 손상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게다가 인간의 폐에서 ACE2가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건 보고됐다.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의 감염과 진행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시사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웁살라대 과학자들은 5일(현지시간) 저널 '분자 시스템 생물학(Molecular Systems Bi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 단백질 지도(Human Protein Atlas)'를 토대로 면역조직화학 검사(Immunohistochemical analysis)를 진행해, 인체 내에 존재하는 150개 이상의 세포 유형별로 ACE2 단백질과 관련 mRNA 발현 수위를 분석했다.

특히 호흡계 검사와 관련해선 360명의 환자로부터 채취한 정상 상태의 폐 조직 샘플과 엄격히 검증된 2종의 항체를 사용했다.

그 결과, ACE2가 일관해서 높게 발현한 건 장, 쓸개, 심장, 남성 생식기, 태반, 눈, 심혈관계 등 다른 기관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 달리 호흡계의 ACE2 발현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일부 피험자에게선 아예 발현하지 않거나 발현도가 미미한 세포도 일부 발견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세실리아 린스코그 박사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보고서는 인간의 폐에 ACE2 단백질이 많으리라는 걸 시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라면서 "인체의 모든 조직과 기관에 대해 신뢰할 만한 발현 개요가 제시되지 않았거나, 몇 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mRNA와 ACE2 단백질 수위를 검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입증된 것처럼 인간의 호흡계에 ACE2 단백질이 많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하는 덴 문제가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건지를 시급히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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