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어긴 공개 합병제의…SKT '언론플레이'에 티빙 '불쾌감'

입력 2020-07-24 08:00
수정 2020-07-24 09:31
상도 어긴 공개 합병제의…SKT '언론플레이'에 티빙 '불쾌감'

실제 제안 없이 잇단 돌출발언…웨이브 위기감 반영 분석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8월 1일 CJ ENM[035760]과 JTBC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법인 티빙 출범을 앞두고 SK텔레콤[017670]과 웨이브가 연일 언론을 통해 티빙과의 합병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은 23일 한국 OTT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에 이길 수 있다"며 "웨이브가 국내 OTT 대표주자로, (티빙과) 합병을 원한다"고 말했다.

유영상 부사장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사업을 담당하는 동시에 콘텐츠웨이브의 이사도 맡고 있다.

문제는 SK텔레콤과 웨이브가 실제 티빙에 전혀 관련 제안을 하지 않은 채 공개 발언만 반복한다는 점이다.

앞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도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티빙, 왓챠와의 합병을 주장해 티빙과 왓챠에서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심지어 티빙은 다음 달 합병법인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고, 양지을 CJ ENM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발표한 지도 한 달밖에 안 된 만큼 SK텔레콤이 명백히 '상도'를 어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티빙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SK텔레콤이 계속해서 티빙에 합병을 제안한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물론 물밑으로도 제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합작법인 출범 준비에 한창인데 자꾸 이런 기사가 나 허탈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웨이브가 다른 의도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OTT 경쟁자 출범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93만9338명으로, 웨이브(346만4579명)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웨이브 활성이용자(MAU)는 작년 10월 379만6936명에서 8.8% 떨어졌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손을 잡고 출범했지만, 정작 인기가 있을 만한 콘텐츠는 KT[030200]의 '시즌',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고, 이렇다 할 오리지널 콘텐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콘텐츠 '여은파' 콘텐츠의 경우 웨이브가 아니라 시즌에서 이달 17일 독점적으로 먼저 공개했다.

지상파 콘텐츠는 타 OTT에 제공되지만, 정작 웨이브에서는 '기생충'(배급사 CJ ENM), '부부의 세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CJ ENM과 JTBC의 인기 콘텐츠는 제공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자사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도 유료로 제공하고, 최근에는 SK텔레콤 혜택도 줄여 경쟁력이 더욱 줄고 있다"며 "'국산', '토종'이라는 말을 내세워 넷플릭스를 이긴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사 앱 사용성을 높이고 콘텐츠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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