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 재선 속 반으로 쪼개진 폴란드…혐오 선거캠페인 현상도

입력 2020-07-13 21:29
두다 재선 속 반으로 쪼개진 폴란드…혐오 선거캠페인 현상도

우파 민족주의 집권세력 대 자유주의·진보 진영 세대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안제이 두다 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끝난 폴란드 대선은 시민이 정치적으로 두 개로 갈라져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13일 오전 개표가 99.7% 진행된 결과 두다 대통령은 51.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인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48.79%) 바르샤바 시장에 약간 앞섰다.

지난달 28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두다 대통령은 43.5%,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30.4%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간에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야당표가 결집하며 박빙의 승부를 연출한 것이다.

두다 대통령은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정당인 법과정의당(PiS)의 지원을 받아왔고,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자유주의 성향인 제1야당인 시민연단(PO) 소속이다.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시민연단 내에서도 진보적인 인사로 분류돼왔다.

바르샤바공대의 비롤트 곰브로비츠 교수는 "폴란드가 반으로 쪼개졌다"면서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법과정의당이 힘겨운 승리를 거뒀는데, 적어도 기술적으로 계속 통치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회경제적 상황이 악화하면 유권자들은 법과정의당을 탓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 연령별로도 양극화된 투표 성향이 나타났다.

두다 대통령은 소도시와 농촌, 동부 지역에서 득표율이 높은 반면,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대도시와 서부지역에서 선전했다.

연령별로도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30∼49세 사이에서 두다 대통령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양측은 노선과 정책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다 대통령은 법과정의당의 우파 민족주의적 정책을 내밀면서 동성애를 비판하며 선거 이슈화했다.

또,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을 상대로 유대인에게 폴란드의 이익을 넘기고 있다며 반(反)유대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반면,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동성 커플의 입양에는 반대했지만,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해 옹호했다.

그는 집권세력이 추진해온 각종 사법개혁에 대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측 지지세력이 사력을 다해 결집한 탓인지 투표율은 68.12%를 기록해 이전 선거와 비교해 상당히 높았다

독일의 슈피겔온라인은 두다 대통령이 계속 법과정의당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슈피겔온라인은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의 꼭두각시로 일해왔다고 평가했다.

애초 거물급 정치인이 아니던 두다를 대통령 후보로 발탁한 것도 카친스키 대표였다. 슈피겔온라인은 카친스키 대표를 '그림자 추기경'이라고 묘사했다.

이 매체는 법과정의당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영 언론과 법원을 장악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국영TV가 두다 대통령을 선전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도 대선 과정에서 폴란드 정부와 국영언론, 가톨릭교회가 두다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총동원됐다고 지적했다.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낙선했지만 존재감을 보인 만큼 야권에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현지언론은 분석했다.

트샤스코프스키는 애초 대선후보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5월 열리기로 했던 대선이 연기된 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폴란드의 차기 총선은 2023년 열린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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