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늪'에 또 발목잡힌 트럼프, 악연인가 자초했나

입력 2020-07-01 08:32
'러시아 늪'에 또 발목잡힌 트럼프, 악연인가 자초했나

러 스캔들 이어 미군살해 사주첩보 무시 의혹…재임내내 러시아로 '곤혹'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러시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정치적 시험대에 들고 있다.

취임 전부터 러시아와의 수상한 관계가 논란에 휩싸여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지금은 '러시아의 미군 살해 사주'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번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살해 사주 시도 첩보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백악관 역시 해당 첩보는 입증되지 않은 정보여서 대통령에게 보고되진 않았다고 엄호한다.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목숨을 희생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고 비난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의혹에 대응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러시아 측이 미 대선에 개입할 때 자신의 대선 캠프가 관여한 의혹인 일명 '러시아 스캔들'로 22개월 간 특검까지 치르는 곤욕을 치렀다.

자칫 의회의 탄핵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였지만 지난해 4월 선거개입 공모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다만 이때도 특검은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지만, 또한 그를 무죄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의회의 탄핵 심리에 오르게 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도 러시아와 무관친 않다.

이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4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고리로 정적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 원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도록 지원하던 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 관문을 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대응이 세간의 의심을 사는 것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을 편들며 저자세를 보였다는 평가와도 연결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이던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 혹평을 받았다.

또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주요 8개국(G8)에서 제외된 러시아를 다시 G7 정상회의체에 포함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이런 의혹은 미국의 정치 스캔들에서 대통령이 무엇을, 언제 알았을까 하는 친숙한 질문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야누스 부가이스키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 연구원은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에 대한 러시아의 도발에도 대개 침묵을 유지했다"며 이 조심스러움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 지도력의 취약성을 부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도록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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