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폭발 임박설' 베텔게우스 광도 급감은 항성흑점 영향
흑점 온도 저하가 광도 40%대로 떨어뜨려…먼지 원인설 배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별의 밝기(광도)가 평소의 40%까지 떨어지며 초신성 폭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심을 모았던 오리온자리의 α별 '베텔게우스'가 항성 흑점이 늘어나 이런 현상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MPIA)에 따르면 이 연구소의 타비샤 다르마와르데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별의 표면층인 광구(光球)의 온도 변화가 베텔게우스의 광도를 떨어뜨렸으며, 이는 표면의 50~70%를 덮은 항성 흑점이 유발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텔게우스의 광도가 급감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서브밀리미터파 복사를 측정할 수 있는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의 기존 관측자료와 새 자료를 분석했다.
서브밀리미터파는 가시광선의 수천 배에 달하는 파장을 갖고 있으며, 차가운 먼지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포착할 수 있어 성간 먼지를 연구하는 데 이용돼 왔다.
약 500광년 밖의 베텔게우스는 항성의 진화에서 마지막 단계에 있는 적색 초거성으로, 질량은 태양의 약 20배이지만 크기는 무려 1천배에 달한다.
태양계로 따지면 항성의 반경이 목성이 있는 곳에 달할 정도 크지만, 질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중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별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맥동(pulsation) 때 표면층이 날아가기 쉽고 이렇게 날아간 표면층의 먼지가 별빛을 흡수해 광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베텔게우스의 광도는 APEX와 JCMT의 서브밀리미터파 관측에서도 20% 어둡게 나타나, 급격한 광도 저하가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먼지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먼지가 서브밀리미터파 측정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계산한 결과, 서브밀리미터파의 광도 저하를 먼지 증가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신 별 자체가 광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우주의 물리 법칙에 따르면 별의 광도는 지름과 특히 표면 온도에 달린 것으로 돼 있다. 별의 크기만 줄었다면 모든 파장에서 광도가 똑같이 줄겠지만 표면 온도의 변화는 파장별로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가시광선과 서브밀리미터파의 광도 변화를 측정해 베텔게우스표면의 평균 온도가 200도가량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베텔게우스의 고선명 이미지에 나타난 광도가 비대칭적 차이를 보이는 점을 근거로 광구의 50~70%가 거대한 항성 흑점으로 덮여있으며, 이 구역이 밝은 광구 구역보다 낮은 온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 별에서는 흑점이 흔하게 관측되지만 이처럼 크지는 않다.
이런 항성 흑점이 11년 주기로 증감해온 태양의 흑점과 비슷한지는 불확실하나 이번 급격한 광도 저하가 광도 최저점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다르마와르데나 박사는 "앞으로 몇 년간 관측을 하면 베텔게우스의 광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 흑점 사이클과 관련된 것인지를 말해 줄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든 베텔게우스는 미래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대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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