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견원지간 녹색-보수 연립정권까지 이룬다

입력 2020-06-29 16:02
유럽서 견원지간 녹색-보수 연립정권까지 이룬다

코로나19 보건·경제 위기로 제휴 필요성 대두

"보수정부, 환경규제 강화…녹색당도 경제성장에 우호적"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유럽에서 보수정당과 환경보호를 지향하는 정당이 손을 잡는 경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일랜드 중도우파 양대 정당으로 오랜 경쟁 상대였던 통일아일랜드당(Fine Gale)과 공화당(Fianna Fail), 그리고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키로 했다.

양대 정당이 연합하는 것도, 또 여기에 녹색당이 합류하는 것도 거의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이러한 '그린콘'(Greencon) 연합은 유럽 정치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당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환경에서 탄생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론 환경 정당과 보수 정당이 국방·외교 분야에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도우파 진영에서도 환경 정당의 어젠다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환경 분야는 좌파 진영에 어울리는 이슈였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환경론자들이 지난 1998∼2005년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이 이끄는 정부에 참여해 '사회-녹색당'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는 최근 그린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1월 투표 후 국민당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베르너 코글러 녹색당 당수가 부총리 겸 문화부 장관으로서 손을 잡았다.

33세의 쿠르츠 총리는 항상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잘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만, 그보다 25살이 많은 코글러 부총리는 넥타이를 매본 적도 없는 인물이다.

쿠르츠 총리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펴고, 녹색당은 오스트리아에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을 추진하는 등의 차이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는 협력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중요한 점은 보수 정당과 협력하는 환경론자들도 경제 성장이 지속적이기만 하다면 반드시 나쁘다고는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냉전 이후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성장한 젊은 층의 경우 민간 분야의 환경 변화 대처를 위한 해법에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영국 정경대 사라 호볼트 교수는 "유럽의 보수 정당이 과거보다 사회 이슈에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녹색 정당과 연합을 하는 데 좀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중도우파 정부들도 좌파 정부들처럼 개입이 많은 '큰 정부' 정책을 채택해 의료 장비를 동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재정을 투입했다.

프랑스에서는 자동차와 항공업계에 수십억 유로의 구제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조건을 달았다.

현재로서는 남부와 동유럽에는 녹색당이 미약하기 때문에 그린콘이 주로 북유럽에 한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린콘은 여전히 태동 단계이고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보수와 녹색 정치의 조합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는 21세기형 가치 중심의 정치로서 코로나19로 정치권이 점차 실용주의로 기울면서 두 조합의 연합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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