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물가 당분간 낮겠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 작다"

입력 2020-06-25 15:00
수정 2020-06-25 16:26
한은 총재 "물가 당분간 낮겠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 작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우려…완화적 통화정책은 유지해야"

"올해 -0.2% 성장률 시나리오 수정할 상황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우리나라 물가가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겠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 저물가)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들썩이는 최근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디플레이션 관련 질문에 "내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물가 하락 요인의 영향이 줄고 경기는 완만하지만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렇게 보면 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품·서비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상당히 지연될 경우,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나 추세적 물가 흐름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경기 회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투자·소비가 아닌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만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로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이 절감됐고, 유동성 확대 공급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신용 흐름을 개선해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막는데 분명히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그동안 진정 기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여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경기와 물가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자산가격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불균형 위험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처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지난달 28일 한은이 발표한 경제 전망의 배경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전망 당시 시나리오와 비교해) 코로나19 진정 시점은 조금 늦춰질 것으로 보이지만,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제활동의 재개가 순차적으로 속속 이뤄지고 있다"며 "이렇게 보면 기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p) 크게 낮췄다.

-0.2% 성장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이르고 하반기 안정된다는 '기본 가정'에 따른 것으로, 확진자 수가 3분기까지 늘어나고 확산이 장기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올해 성장률 감소폭은 -1.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코로나19 사태가 기본 가정보다 더 빨리 진정되는 낙관적 상황에서는 올해 플러스(+) 성장(0.5%)도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