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연락사무소 폭파, 文 압박·트럼프 흔들기 카드"
"탈북자단체 전단 살포는 구실"…"대북 융화 정책에 타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융화의 상징, 예고대로 폭파'
일본 주요 신문은 17일 이런 제목의 기사로 북한이 전날 개성공단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융화 정책이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북한의 폭파 의도를 놓고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경제협력 등에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폭파를 예고할 때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들었지만 전단 살포가 이전부터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는 문재인 정부에 압박을 높이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또 올해 11월 미국 대선까지 경제제재의 돌파구를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이 긴장 상황을 연출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018년 4월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된 '남북 화해의 상징'이 폭파돼 남북 간 긴장이 고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니치는 북한이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의 기념 분위기가 남아 있던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대결 자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출범 이후 대북 융화 정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에 타격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의 말을 빌려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탈북자 단체의 전단 살포 외에 그동안 제대로 진전되지 못한 남북 경협 사업과 관련해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품은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진단했다.
마이니치는 또 국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 봉쇄 영향으로 북한의 식량·물자 부족이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도 폭파 배경의 하나로 짚었다.
아사히신문도 북한의 이번 도발 계기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달 살포지만 과거에도 전단 살포가 이뤄진 점을 들어 이는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누적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불만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제안하고 그 대가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는 익명의 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이 제안은 문 대통령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는데 김 위원장 체면이 구겨진 모양새가 됐다"면서 북한이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불신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한 코로나19 사태로 증폭된 것으로 분석했다.
아사히는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 말을 근거로 "북한은 '우리가 고생하는데' 한국이 미국 눈치를 보며 방역이나 의료 등에서 눈에 띄는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이런 한국의 대응에 분노하게 된 것으로 진단했다.
아사히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평가받아 올 4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최근에는 집단감염이 재발하고 경제분야에선 성과가 나지 않아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간판정책이 남북관계였다며 북한의 이번 도발로 그 성과마저 잃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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