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도 전 세계 경제활동 재개 '우격다짐'

입력 2020-06-10 10:37
수정 2020-06-10 17:25
코로나19 확산에도 전 세계 경제활동 재개 '우격다짐'

가장 많은 확진자 나온 국가들도 단계적 봉쇄조치 완화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발원지로…"개도국 봉쇄령 강제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도 세계는 봉쇄령을 풀고 경제활동 재개를 택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유일한 전략은 사람 간 접촉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각국 정부는 전례 없는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두려움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미국은 지난달 말부터 50개 주(州) 전역에서 단계적으로 경제활동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절반이 넘는 주에서 확진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9 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보유한 브라질은 신흥 코로나19 발원지로 떠올랐지만 27개 주의 주도(州都) 가운데 상당수가 격리조치를 완화하고 경제활동 재개를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규모 세계 3위인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수도 모스크바에 내렸던 자가격리 제도와 차량 통행증 제도 등을 이날부터 해제했다.

그다음으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은 이달 15일부터 잉글랜드 지역에 한정해 지난 3개월 동안 문을 닫았던 모든 비필수 영업장을 개장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강력한 봉쇄령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던 '인구 대국' 인도는 지난달 중순 제한조치를 완화한 이후 하루에 1만명 안팎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 5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 분야 전문가들은 이들 정부가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인지 몰라도 세계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의 정점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핵심 인물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19가 "4개월 만에 전 세계를 초토화시켰다"며 "그리고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난 7일 "위기는 절대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은 어느 나라도 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기준 71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일에는 무려 13만6천명 이상이 양성판정을 받으며 일일 최다 확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확산세가 둔화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이 새로운 위험지역으로 부상했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죽느냐, 이동제한령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굶어 죽느냐의 기록에 서 있다 보니 봉쇄조치를 풀 수밖에 없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하루에도 3천∼4천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멕시코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회안전망도 없이 근근이 먹고살아야 하는 실정이어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이달 초부터 봉쇄 고삐를 완화했다.

콜롬비아 중앙정부 역시 봉쇄 정책을 완화해 지방정부가 그 수위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그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콜롬비아의 누적 확진자는 4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천373명으로 집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지난 2주 사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누적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하지만, 경제활동은 여전히 하고 있다.

남아공의 누적 확진자는 5만2천991명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다.

NYT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모든 곳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비공식적 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국가에서는 사회 붕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봉쇄령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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