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폭력 '면죄부' 더이상 안돼…미 민주 하원 개혁법안 마련

입력 2020-06-09 03:40
수정 2020-06-09 14:14
경찰폭력 '면죄부' 더이상 안돼…미 민주 하원 개혁법안 마련

공무집행 면책특권 제한·권리침해 피해자 손해배상 추진

10일 청문회서 플로이드 동생 증언…WP "공화당·트럼프 수용 불투명"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경찰 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을 이끄는 민주당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저지하고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긴 개혁 법안을 공개했다.

134쪽 분량의 법안 초안은 경찰의 폭력 등 비위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경찰은 공권력 행사와 관련, 공무 수행을 이유로 총격·폭력 등을 가하고도 면책특권을 부여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을 때 손해를 배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경찰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당한 시민은 경찰 행동이 고의적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경찰이 무분별하게 권리를 박탈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찰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처벌할 수 있는 법무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공권력 남용 사건에 대한 국가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감시를 강화한다.

경찰의 목조르기를 금지하고 보디 카메라 사용을 의무화하며 치명적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 군 무기의 주·지방 경찰서로의 이동을 제한해 경찰을 비무장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인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사적 제재'를 가하는 린칭(lynching·私刑)을 연방 증오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에서 린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주로 흑인을 상대로 이뤄진 초법적 폭력과 살해를 의미한다.

초안은 흑인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내 블랙코커스 회원들이 만들었으며 민주당 상·하원 지도부가 함께 발표했다.

블랙코커스 의장인 캐런 배스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법안에 대해 "미국의 치안에 대한 대담하고 변혁적인 비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법안 청문회를 10일 개최할 예정이다. 증인에는 숨진 플로이드의 남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법안을 이달 말 이전에 하원에 상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향해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은 정의의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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